“앵커 교체, 정권이 했다면 어설프지 않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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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 신경민 앵커 교체 외압 의혹 부인

MBC 경영진이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를 전격 교체한 것을 놓고 MBC 안팎에서 정권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5일 “만약 우리(정권)가 했다면 후임자도 정하지 않고 그렇게 어설프게 했겠냐”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경민 MBC 앵커에 대한 문제는 청와대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전여 관여하지도 않았고 관여할 성질의 것도 못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얼마나 강박을 했으면 후임자도 없이 앵커 교체했겠나”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의 이 같은 해명에 수긍할 수 없다며 추궁을 이어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메인뉴스의 앵커를 후임자도 결정하지 못한 채 교체하는 것은 정상적 의사결정 과정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메인앵커 교체는 시청자 입장에선 보도국장이나 사장이 바뀌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면서 “MBC 기자들은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며 제작 거부를 하고 있는데, (청와대의 교체)강박이 얼마나 강했으면 (경영진이) 후임도 없이 (교체를) 했겠냐”고 지적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최 위원장은 “(정권의) 강박은 없었다. 만약 저나 우리가 했다면 그렇게 했겠냐. 후음을 정해뒀을 것”이라고 반박한 뒤 “MBC가 앵커를 왜 바꿨는지는 최 의원이 MBC 출신이니 저보다 더 잘 알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MBC에서 (청와대의) 어떤 압력이 있었는지 (시간이 지나면) 흘러나올 것”이라며 “최 위원장은 오늘의 발언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근거가 있다면 당연 책임을 지겠지만, 최 의원께서 근거가 없다면서도 계속 윽박을 지르니 할 말이 없다”고 응수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답변에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언론사 일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되는 게 맞지만, 최시중 위원장은 이병순 KBS 사장 체제나 구본홍 YTN 사장 체제가 들어설 때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나. 그러니 신경민 앵커 교체에도 개입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또 “야당 입장에서 보면 정권의 방송·언론장악은 지난 1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병순 사장 체제의 KBS와 구본홍 사장 체제의 YTN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정권의 입맛대로 보도하는 ‘순치’가 되지 않았나. MBC도 신경민 앵커 교체로 곧 그렇게 될 것 같다. 이제 방송 3사에 대한 장악을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그 비슷한 질문을 (야당 의원들이) 많이 했는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현 정부는) 방송·언론장악, 언론우군화가 아닌 언론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됐는데, 방통위 출범 이후 KBS 사장 강제 해임, KBS의 편파적 운영, YTN 사장 낙하산 인사, YTN 노조 반발에 대한 공권력의 탄압, MBC <PD수첩> 제작진 강제수사 및 압수수색, 메인뉴스 앵커 교체 등의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방통위원장으로서 도의적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제가 위원장으로 취임한 시기가 방송의 격변기였기 때문에 오해받는 측면이 있고,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추궁 받지 않아도 되는데 추궁 받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진과창조의모임 측 김창수 의원(자유선진당)은 “최시중 위원장은 MBC 경영구조 개편 등과 관련해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MBC의 정명(正名)이 무엇이냐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면서 신경민 앵커 교체 논란과 관련해 최 위원장에 대한 의혹이 불가피함을 꼬집었다.

이어 “정상적 인사라면 앵커교체에 보도국 기자들이 왜 제작거부까지 하며 반대를 하고 있겠냐”며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신경민 앵커는 엄밀히 말하면 뉴스 캐스터”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안형환 의원은 “오늘 야당 의원들의 말을 들으면 마치 최시중 위원장이 전지전능한 것 같다. 그러나 요즘처럼 내부고발이 횡행하고 (MBC처럼) 노조의 힘이 막강한 회사에 대해 정권이 앵커교체 압력을 넣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신경민 앵커 교체 문제가 (지나치게) 크게 다뤄지는 느낌”이라면서 “앵커의 본래 의미는 뉴스편집권까지 갖고 진행하는 사람으로, 사실상 한국의 앵커는 앵커가 아닌 뉴스 캐스터다. 편집권까지 갖는 진정한 의미의 앵커가 교체됐다면 문제겠지만, 지금 캐스터 교체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효재 의원은 “지난 2008년 1월 KBS 1TV와 MBC의 전체 시청률은 7.4%로 같았지만 간판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뉴스9>와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각각 19.3%, 9.4%였다. 회사의 얼굴인 간판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높게 마련인데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도 두 자릿수로 올라가지 못했다. 특정 신문사가 전체적으론 잘 나가는데 경쟁지와 비교할 때 매일 낙종을 한다면 회사 입장에서 그 부서의 장을 어떻게 하겠냐”며 신 앵커 교체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최시중 위원장도 “일반적으로는 인사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이 MBC에선 신경민 앵커가 <뉴스데스크> 앵커로 자리 잡은 후 반복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재차 앵커 교체의 타당성을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신경민 앵커와 라디오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김미화씨도 같이 교체 대상에 올랐지만 결국 신 앵커 혼자 교체됐다. 김미화씨는 경쟁사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청취율이 괜찮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가장 낮았던 때는 촛불시위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인데 당시 MBC는 보도에서 일방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비하, 조롱하며 거리에서 불법·탈법 시위하는 사람들을 부추기고 격려하며 고무했다. 그 중심에 앵커의 오픈·클로징 멘트가 있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MBC 뉴스를 외면했는데, 이 사실을 아는 회사가 자연스레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최문순 의원이 MBC 사장이던 시절 정권의 외압에 굴복해 앵커를 교체한 일이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며 “MB정부 출범 이후 방송쪽에서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는데, 이는 MBC나 YTN 사태에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해 정치문화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방송 기득권 지키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부산 MBC 50주년 기념식에선…”

이에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씨가 함께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일 자체가 정권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MBC에 대한 ‘정명론’으로 보도방향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했고 이후 검찰의 <PD수첩> 강제 수사, 대기업의 MBC 광고가 줄었다. 실제로 전체 방송광고 시장이 줄어든 비율 중 60%가 MBC”라고 반박했다.

한편,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부산 MBC 50주년 기념식 참석을 이유로 이날 오후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문방위 측에 전달했다. 전병헌 의원은 “부산 MBC에서도 지난해 방문진 20주년 기념식 때처럼 찬물을 끼얹고 지방언론을 위축시키는 발언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부터 한 후 양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방뿐 아니라 모든 언론이 어려운 처지인 만큼 이번 행사에선 지난번과 같은 폭발성 있는 발언을 결코 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격려사를 하고 오겠다”고 답했다.

그밖에도 최 위원장은 방통위 직원의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공직 사회에서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불미스럽고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관계대책을 세워 실천하겠다”며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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