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유희열을 듣던 소녀, DJ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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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유희열을 듣던 소녀, DJ가 되다
[라디오스타 시즌3 ] ⑩ MBC FM4U ‘푸른밤, 문지애입니다’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5.19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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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애 MBC 아나운서 ⓒPD저널
정지영 아나운서의 라디오를 듣고, 유희열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소녀는 이제 그들과 같은 시간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가 됐다. MBC FM4U <푸른밤, 문지애입니다>의 문지애 아나운서는 “시간이 같아 정지영 아나운서의 라디오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매일밤 12시부터 청취자와 함께하는 두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디스크자키(DJ)다.

2006년 MBC에 입사한 문지애 아나운서는 또래 아나운서들보다 유독 라디오와 인연이 많았다. 입사한 이듬해부터 <뮤직 스트리트>(새벽 3~4시) DJ를 맡아 2년 넘게 진행했고, 한때는 다른 프로그램 게스트로 매일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처음 라디오를 맡을 때 아나운서 선배 한 명은 조언했다. “라디오는 속일 수가 없어. 너의 밑바닥까지 다 드러나는 게 라디오야. 모든 게 드러나는 데 거부감이 있으면 하지 마.”

문 아나운서는 금세 이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라디오는 꾸밀 수가 없어요. 지어낸 멘트는 바로 탄로 나고, 일관성이 없어도 금방 지적이 들어오죠.” 그만큼 그는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스물일곱, 아직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청취자 사연이 많지 않은 ‘어린’ 문지애 아나운서지만 ‘잘 될 거예요’라는 공허한 응원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취자들의 사연에 답하려고 한다.

음악 소개도 마찬가지다. 그는 “뮤지션 출신 DJ보다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게 사실이죠. 그분들이 음악적 지식을 전달한다면, 저는 ‘이 노래 참 좋죠? 길이 막힐 때 차에서 이 음악을 들으면 참 좋아요’라고 소개하는 식이죠”라고 말했다. (문 아나운서는 하림, 이지형, 루시드 폴 등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을 내보이고, 청취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그는 라디오 진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문 아나운서는 “둘만 얘기하는 것 같고, 느긋하게 호흡할 수 있는” 심야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꼈다.

‘뮤직 스트리트’에서 ‘푸른밤’ 문 DJ로

<푸른밤> 진행을 맡은 지 한 달여. 같은 심야 프로그램이지만 <뮤직 스트리트>와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은 참여도. 문지애 아나운서는 “<뮤직 스트리트> ‘우리끼리’라는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었는데, <푸른밤>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듣는 시간대이고 생방송이다 보니 청취자들의 반응이 시시각각 올라온다”고 말했다. 생활패턴도 달라졌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하던 문 아나운서는 <푸른밤>을 맡게 된 후 오후 6시 출근,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올빼미족’이 됐다.

처음 <푸른밤>을 맡게 됐을 때 문 아나운서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까지 성시경, 알렉스 등 남자 뮤지션들이 진행했고, DJ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프로그램에 처음 투입되는 여자 아나운서를 과연 반겨줄까”하는 생각에서다. 간혹 점잖게 “솔직히 ‘알군’을 잊을 수 없어요. 온 마음으로 맞이하지 못해 미안해요”라는 여성 청취자도 있었지만, 많은 청취자들은 이내 그를 <푸른밤>의 ‘문 DJ’로 받아들였다. “이제 나만의 DJ가 아닌 것 같아 서운하다”는 <뮤직 스트리트> 애청자들이 그를 따라 <푸른밤>으로 둥지를 옮긴 경우도 꽤 있었다.

게스트가 출연하는 코너가 여럿 있지만 <푸른밤> 청취자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순서는 목요일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애’는 문 아나운서의 애칭!) 말 그대로 문지애 아나운서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코너다. 그는 이 시간만큼은 나긋나긋한 말투를 잊고 ‘코믹한 끼’를 발휘한다. 느끼한 음악이 깔리면서 그가 입을 연다. “여러분~ 하이루 방가방가 ‘애 카페’ 얼굴마담 문양 왔어요. 오늘이 로즈데이라죠? 매혹적인 장미향이 오감을 자극하지 뭐에요? 음~ 스멜.”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같은 방송 <박명수의 두 시의 데이트>(오후 2~4시)의 금요일 게스트로 박명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은근히’ 웃기는 문 아나운서의 재주는 애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예상치 않게 코믹한 것이 문지애 아나운서의 색다른 면이라면, 그의 또 다른 면은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서의 이미지다. 종종 “목소리가 차갑다”는 소릴 듣는 것은 <PD수첩>의 내레이션 탓이 크다.

문지애 아나운서에게 <PD수첩>과 라디오는 ‘사람 얘기’를 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는 “<PD수첩>은 거대담론을 이야기 하는 편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소소한 일상의 문제점을 짚기도 한다”면서 “목소리 톤이나 표정 등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라디오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아나운서는 꾸준히, 오랫동안 라디오를 하고픈 바람을 갖고 있다. 나이를 먹고, 경험을 많이 할수록 청취자들의 사연에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오늘 하루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나눌 수 있어 좋아요”라며 라디오 DJ의 매력을 설명하는 문지애 아나운서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어쩌면 “사연을 보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DJ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훨씬 앞당겨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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