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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해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29주년을 맞았지만 언론들의 추모 열기는 예전만 못했다. 5·18 주범들에 대한 반란 및 내란죄가 적용되고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 불과 12년 만에 5·18 광주는 광주만의 추모행사로 고립되는 모습으로까지 보여진다.

보수일간지로 분류되는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까지 19일자 조간신문에서 29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찬밥’ 취급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지역면 기사로 처리하는데 그쳤고, 〈동아일보〉는 사회면 사진기사와 4단짜리 기사로 그리고 〈중앙일보〉는 정치면 사진기사로만 보도했다.

▲ 지난 17일 방송된 ‘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 ⓒKBS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는 지난 18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모두 기념식 행사만을 짧게 보도했을 뿐 어떠한 추가 기사도 없었다. 5·18을 기념한 특집프로그램도 〈KBS 스페셜〉이 유일했다. 5·18이 기념식 사진 몇 컷으로 처리할 만큼 이제 더 이상 할 얘기도 되짚어 볼거리도 없는 역사 속 퇴물이 된 것일까.

5·18은 80년대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시작이자 상징이었고, 광주시민들의 무고한 희생은 결국 87년 6월 항쟁으로 승화됐다. 그러나 언론의 무관심 속에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5·18 정신은 퇴색되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보수단체의 5·18 ‘딴죽’은 도를 넘어서는가 하면 정치권 일각에서도 5·18에 대한 재조명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잃어버린 10년을 찾기 위해 30년 전 역사의 시계까지 거꾸로 돌리려한다.

80년 핏빛 광주는 과거가 아닌 현재다.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인권유린과 비민주적인 행태들이 2009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까지 80년 광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방송된 〈KBS스페셜〉 ‘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는 일반인들보다 자살률이 500배나 높은 5·18 피해자들의 피폐해진 삶을 진단했다. 수감 당시 고문과 학대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의 마지막 탈출구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지난 3월에도 2명이나 30년 동안의 ‘악몽’을 끝내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 80년 광주는 2009년의 오늘이기도 하다.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라고 했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현재의 삶을 반추할 수 없듯이 이 시대의 목격자인 언론 역시 과거와 오늘을 제대로 기록할 때 제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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