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기존에는 드라마 내용과 톱스타의 출연 여부가 시청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였다. 그러나 요즘은 시청자들이 PD와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고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이전 드라마들의 경향을 파악하고, 그 성적을 통해 다음 작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최근 시청률종합정보지 ‘텔레비전’을 통해 선보인 ‘흥행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란 기획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텔레비전’ 최근호는 2000년 1월 1일부터 2009년 3월 31일까지 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가구 시청률을 기준으로 드라마 PD와 작가들의 ‘성적’을 공개했다.
〈PD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시청률 30%를 넘긴 PD는 10여명에 불과했다. 이병훈 PD가 MBC 〈허준〉, 〈대장금〉, 〈이산〉 등 무려 세 작품에서 30% 이상을 기록해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상도〉와 〈서동요〉 역시 두 자리 수를 나타냈다.
작가들 중에서는 김수현 작가와 최완규 작가가 돋보였다. 김수현 작가는 SBS 〈불꽃〉을 시작으로 KBS 〈엄마가 뿔났다〉까지 2000년대 들어 방송된 7편의 드라마가 모두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중 여섯 편의 드라마는 20%를 넘었다.최완규 작가는 ‘대박’ 드라마를 탄생시키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허준〉, 〈올인〉, 〈주몽〉 등이 최저 35%, 최고 54%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밖에 그의 손을 거쳐 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식객〉 등이 모두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신인 작가와 연출자들의 활약도 크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홍진아·홍자람 작가는 ‘베바 신드롬’을 일으키며 마니아 드라마 작가에서 흥행 드라마 작가로 거듭났고, 이윤정 MBC PD는 전작 〈떨리는 가슴〉, 〈태릉선수촌〉 등이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20%를 훌쩍 넘으며 ‘스타 PD’로 떠올랐다.
반면 시청률 하락세나 기복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계절 연작’ 시리즈의 윤석호 PD는 〈가을동화〉로 30%를 넘었지만, 이어진 〈겨울연가〉와 〈여름향기〉, 〈봄의 왈츠〉 등이 각각 20%대에서 한자리수 시청률까지 떨어졌고, 표민수 PD는 〈풀하우스〉가 30%를 넘겼지만, 이후 〈인순이는 예쁘다〉와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은 한자리 수에 머물렀다.
‘텔레비전’은 “제작진의 이름이 시청률을 전부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타 제작진의 이름만큼 드라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소도 드물다”면서 “작품 목록을 통해 이 특성을 파악해 두면 그들의 향후 드라마의 색깔도 예측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