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늘어나면 여론다양성 확보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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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토론회 … “대기업·신문 방송진출 여론다양성 심각히 위축”

미디어관련법 처리 시한인 6월 임시국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한나라당은 미디어관련법이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며 입법을 주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상파 TV의 과도한 영향력과 여론지배를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과 신문의 신규 채널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당의 주장대로 미디어법을 개정하면 여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2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민주언론시민연합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학자들은 “미디어관련법은 오히려 여론 다양성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관련법 대로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면 오히려 여론 다양성이 축소되고 민주적 공론과정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민언련은 21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여론다양성과 미디어 소유규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PD저널

신태섭 민언련 정책위원(전 동의대 교수)은 “한국의 현실에서 거대신문이나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보도 PP에 진입하는 것은 이미 제도언론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는 기득권층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이라며 “반대편에 있는 소수자, 서민의 목소리를 위축시켜 여론다양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도 과거 재벌이 소유한 방송사의 폐해를 지적하며 “여론의 다양성은 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나 장애인의 목소리를 미디어에 반영하고 퍼블릭 액세스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미디어관련법의) 사례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개정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서울대 윤석민 교수 보고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지난 1월 국회 공청회에서 “미디어 영향력, 신뢰도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지상파 TV는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고, 압도적인 여론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태섭 위원은 “윤 교수는 보고서에서 지상파 TV의 여론독과점이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연구에 등장하는 다양성 지수(DI)는 기준치보다 낮거나 적정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폐해를 실증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며 “이처럼 여론 독과점에 대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한나라당이 제시한 방송 소유규제 완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윤석민 교수는 여론다양성과 채널다양성을 일치시키고 있는데 이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토론해 볼 필요가 있지만 이를 현재 미디어관련법 논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진로 교수는 “그동안 KBS나 MBC 등 공영방송은 공정보도를 통해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독과점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최근 KBS의 언론 독립성이 떨어지면서 신뢰도도 추락하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야당추천위원)은 “미디어국민위 공술인으로 참석했을 때 윤석민 교수는 지상파 독과점에 긴 시간을 할애해 답변했지만, 미디어법 통과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여론다양성에 대한 논의 확대시키자”

미디어법 찬반 양측 모두 ‘여론 다양성’에 주목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방향은 다르지만) 미디어관련법을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법 개정 논의에서 하나의 가치가 지배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세명대 교수)도 “한나라당이 ‘여론 다양성’이라는 기본적 가치에 동의하면서 진전된 논의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면서 “이 부분을 집중 논의하면 미디이관련법에 대해서도 합리적 답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미디어국민위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여론 다양성을 위한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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