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KBS 중계차 … 봉하마을 ‘기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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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조중동’ 기자색출 이어 ‘조문객 축소보도’ KBS에 반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봉하마을 빈소에서 가장 수난을 겪는 것은 기자들이다. 현장의 ‘노사모’ 회원들은 생전부터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 뿐 아니라, KBS와 연합뉴스 등 최근 들어 급격히 보수적 색채를 띠는 언론사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은 조중동 기자들에 대한 프레스 발급 자체를 중단하라고 장례지원팀에 항의했고, 이들에게도 프레스카드가 발급된 사실을 확인한 노사모 회원들은 발급 대장에서 조중동 기자의 프레스카드 번호를 확인해 색출하기도 했다.

▲ 장례지원팀에서 임시 프레스센터를 설치해주자 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고 있다. ⓒ독설닷컴
지난 주말 봉하마을을 취재한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노사모 회원들이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일일이 ‘어디 기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동아일보 기자가 노사모 회원들에게 포위됐다가 장례지원팀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방송사 가운데는 KBS가 가장 큰 수모를 겪었다. 노사모 회원들은 “KBS가 편파 중계를 했다”며 중계차를 몰아냈다. 결국 KBS 중계차는 빈소에서 1km 떨어진 자리를 잡고 뉴스를 전했고, KBS 카메라 기자들은 카메라에 붙은 ‘KBS 로고’를 떼어내거나 카메라용 레인커버로 로고를 감추고 촬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가 노사모의 반감을 산 데는 지난 24일 봉하마을 조문 행렬을 보도하면서 조문객 수를 150명이라고 축소 보도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고재열 기자는 “노사모 회원들이 전반적으로 언론을 불신하긴 했지만 23일까지는 조중동 기자만 색출하는 정도”였다며 “조문객 축소보도 후 KBS에 대한 반발이 격해졌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KBS의 보도·편성에 대해서는 내부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KBS PD협회는 25일 성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 KBS만 유일하게 주말 예능프로그램을 내보낸 것과 24일 대체 프로그램으로 코미디 영화를 편성한 것을 지적하며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PD협회는 또 “이런 일은 단순한 편성상의 착오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현재 KBS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눈치 보기’와 ‘알아서 기는’ 것이 현명한 생존방식으로 여겨지고 있고, 지난 주말의 어이없는 사례들은 이런 사내분위기에서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최성원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23~24일 KBS의 보도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민심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첫 보도에서 서거 대신 ‘사망’이란 표현을 쓴 점 △장례형식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장’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점 △노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은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은 “내부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가 피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취재를 거부당하면서 현장 접근을 못해 구체적인 모습을 담지 못하는 탓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생략한 채 너무 드라이하게 접근하는 것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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