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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를 지난 25일 오전 자택이 있는 목동에서 만났다. 양 대표는 이날 아침 일찍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를 들렀다 오는 길이었다.
4개월의 정직 기간은 양 대표에게 마냥 ‘쉬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 3박 4일 중국 여행을 다녀왔고, 평일에도 가끔 산에 오르는 여유가 생겼지만 6월 임시국회 처리를 앞둔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고민은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양 대표는 매일 뉴스를 검색하면서 방송계 동향을 주시했고, 미디어법 관련 자료를 찾으며 공부도 했다. 관련 토론회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지난 4월에는 서울대 교지편찬위원회가 주최한 미디어법 특강에 참여해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외부활동을 하면서 양 대표는 KBS에 대한 평가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바깥에서 보는 KBS의 신뢰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양 대표는 “토론회에서 만난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대로라면 KBS 뉴스 안보기 운동, 수신료 거부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KBS 중계차가 봉하마을 입구에서 쫓겨나는 것을 보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원행동은 여전히 존재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동 대표는 “KBS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 사원행동이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복직하면 곧바로 미디어법 국면으로 접어든다. KBS 노조가 총파업 투표 결과대로 실행에 옮기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사원행동이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양승동 대표는 또 “PD나 기자 모두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인으로서 필요할 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조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사원행동이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한계가 있었지만, 언론인이 양심에 따라 활동하고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초 사원행동 지도부의 ‘징계 철회투쟁’에 나서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양 대표는 “파면될 수도 있었는데 PD, 기자를 포함한 KBS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싸워준 덕분에 복직할 수 있었다”며 “KBS 구성원들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고, 사원행동 활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양승동 대표는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이번 봄 개편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된 것을 언급했다. 양 대표는 “그동안 협회장은 방송제작을 떠나 900여명의 KBS PD 조직을 운영하고, 관련 현안에 대응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제작인력이 부족해 김 회장을 투입시켰다고 보지는 않고, 회사 사안에 대해 PD협회가 목소리 내는 게 껄끄러웠던 것 같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