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뢰도 추락 방심해선 안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현석 KBS 사원행동 대변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가에서 해직, 정직, 구속된 언론인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현실은 여전히 씁쓸하지만, 돌아오는 얼굴은 반갑다. <PD저널>은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을 벌이다 징계를 받고 복귀하는 기자와 PD 3명을 만났다. KBS 사장 교체시기에 이사회 방해 등으로 각각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오는 29일 복귀하는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와 김현석 대변인, ‘구본홍 사장 반대운동’으로 정직 6개월을 받고 지난달 7일 업무에 복귀한 임장혁 YTN 기자를 인터뷰했다. - 편집자주

인터뷰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현석 전 KBS 기자협회장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캐주얼한 차림. 오랜만에 만난 그의 외모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말쑥했던 <미디어포커스> 진행자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입사 15년 만에 처음 맞은 긴 ‘공백기’를 마치고 오는 29일 복귀하는 김 기자는 “설레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사르트르와 보봐르는 결혼하지 않고 떨어져 지내다 만나다를 반복하며 평생을 함께 살았다고 하지 않나. 넉 달 동안 쉬고 돌아오니 다시 신혼 같은 새로운 기분”이라며 웃었다.

김현석 기자는 지난 1월 29일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와 함께 인사위원회 재심에서 정직 4개월 처분을 받았다. 징계를 받았지만 당시 취재 중이던 프로그램(<시사기획 쌈> 2월 17일 방송 ‘문화 없는 문화지구’ 편)의 마무리 때문에 며칠간 회사에 나왔고, 그 이후로는 잠시 KBS를 떠나있었다.

▲ 김현석 KBS 사원행동 대변인 ⓒPD저널
정직 기간 동안 그는 TV나 뉴스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현석 기자는 “KBS 뉴스를 보면 선·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야하는데 ‘저건 아닌데’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면서 “뉴스를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의식적으로 잘 안 보게 됐다”고 말했다.

대신 김 기자는 지난 4월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다녀왔다. 한 달 넘게 그곳에 머무르며 수염도 길렀고, 시간을 내 ‘잉카 트레일’도 다녀왔다. 페루 쿠스코부터 마추픽추까지 잉카의 옛길을 닷새 동안 걷는 여행이었다. 최종 목적지인 잉카 최후의 도시 마추픽추에 올라 김 기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천연 요새를 갖춘 잉카문명이었지만 고작 100여명의 스페인 정찰대에 무너졌어요. 결국 하드웨어가 중요한 게 아니란 얘기죠. KBS가 견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무너지기 시작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KBS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데, 당장 바닥이 아니니까 방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다간 금방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KBS에 대한 걱정은 여전했다. 김현석 기자는 최근 KBS 노사가 주목하고 있는 공영방송법에 대한 평소 생각도 밝혔다. 그는 “수신료 인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수신료를 올려주는 대신 KBS 경영진은 정권 비판을 자제하겠다는 식의 협상을 할 우려가 있다”면서 “핵심은 경영위원회 등 거버넌스 구조이지 수신료 인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직 기간 동안에도 종종 미디어관련법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김현석 기자는 미디어법 처리시한인 6월 임시국회를 앞둔 심정도 털어놨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안상수 의원이 선출되는 것을 보면 여권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디어관련법이 통과돼 방송시장이 개편되면 이번 정권이 끝난다 하더라도 방송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강행 처리를) 막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