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 없는 언론의 ‘노비어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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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비판’에 모르쇠…“조중동뿐 아니라 모든 언론의 문제”

“언론과 검찰은 서로 ‘핑퐁게임’ 하듯 주고받으면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고, 전직 대통령을 시정잡배로 만들었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과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연차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대중의 분노가 이명박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에 쏠리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차려진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PD저널>
특히 언론을 향한 분노는 기자들의 취재 자체를 막아설 정도로 높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노사모’ 회원 등에 의해 KBS 중계차가 쫓겨나는가 하면, 한 기자는 분노한 시민이 던진 물병에 맞는 일도 발생했다. 봉하마을 빈소에서는 “〈한겨레〉, 〈경향신문〉도 다 똑같다”는 힐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보수 신문에 쏠리던 비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언론 일반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봉하마을에서 직접 취재를 했던 한 기자는 “취재에 대한 제약이나 일부 과격한 행동은 자제해줬으면 한다”면서도 “아무래도 촛불집회의 연장선상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검찰을 출입하는 MBN 기자가 인터넷 상에 올린 자기 고백글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나 스스로 노 전 대통령 앞에 떳떳할 수 있는지, 여론의 비난처럼 검찰의 발표를 스피커마냥 확대 재생산하지 않았는지,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특종에 눈이 멀어 사실을 과대포장하진 않았는지” 되물은 뒤 “이런 자문에 스스로 떳떳하다고 말하진 못 하겠다”고 밝혔다.

한 검찰 출입 기자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노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쓴 모든 기자들이 착잡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당시 방송이 중계하듯 보도하던 태도는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관심에 영합하는 전형적인 흥미 위주의 보도였다”고 꼬집었다.

▲ 경향신문 5월 27일 21면
이처럼 노 전 대통령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언론 보도에는 이러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가히 ‘신 노비어천가’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이 스스로에 대한 비판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의 ‘자기반성’ 없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보도는 “전형적인 하이에나식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2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하루 이틀 전만 하더라도 거의 정치적 파산자로 몰아붙이고 그 가족들이나 주변까지 인간적 모멸을 주던 언론사들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자신들은 그런 보도를 한 일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하이에나식 보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역시 “언론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보인 보도 태도는 조중동, KBS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까지도 검찰 수사에 ‘따라가기식’ 보도를 하며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며 “지금도 시민들이 꾸린 분향소에서 KBS, 조중동, 심지어 SBS 기자까지 쫓겨나고 있는데 그런 분노들이 왜 만들어졌을지 언론은 심각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보도에 대해서도 “본질에 대한 보도가 아니라 흥밋거리 위주로 따라가고 있다”며 “이는 검찰 수사에 ‘따라가기식’ 보도로 나타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기자 입장에서는 검찰에서 나온 얘기를 쓸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전하면서도 “검찰 주장을 중계 방송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며 “검찰에서 사실 확인이 어느 정도 된 내용을 발표한 것인지 언론 내부에서 자기 점검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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