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대 받는 KBS ‘노 전 대통령 서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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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 받는 KBS ‘노 전 대통령 서거’ 보도
[방송 따져보기]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 승인 2009.05.27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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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추모 물결이 줄을 잇고 있다. 빈소가 마련되어 있는 봉화마을에는 사흘 동안 40만 명에 이르는 추모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져 3~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하고, 정부에서 마련한 공식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3사도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를 전하며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 내용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이명박 정권의 분향소 통제 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또 25일에는 대통령이 봉하마을 조문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여권 인사 등의 봉하마을 조문을 가로막는다며 경호문제, 불상사 등을 우려했다. 정작, 왜 시민들이 일부 인사들의 조문을 가로막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 KBS <뉴스9>
KBS는 지난 23일 〈거리에 ‘분향소’〉에서 “경찰이 분향소 천막을 압수하고 차벽으로 통행을 가로막으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며 사태를 ‘실랑이’ 정도로 다루고, 상황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24일 〈끝없는 조문 행렬〉에서도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집단 시위를 막겠다며 시청광장과 청계광장 등을 계속 봉쇄하고 있다”며 “조문객들은 경찰이 과잉 대응하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 “잠시 전에는 촛불을 든 추모객 100여명 가량이 시청 광장으로 옮기려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몸싸움’과 ‘충돌’을 언급했다. KBS는 25일에서야 〈분향소 봉쇄, 과잉대응 논란〉에서 “전경버스가 막아줘서 분향하는데 아늑하다는 의견도 있다”는 주상용 서울청장 발언을 비판하고, 경찰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KBS는 25일 〈불상사 우려…조문 고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 조문을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시작부터 “일부 시민의 거친 항의에 발길을 돌린다”, “전·현직 대통령이 보낸 화환도 훼손되는 것이 요즘 봉하마을 분위기”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봉하마을 빈소 조문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측에서도 불상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정치인 조문을 막는 일부 시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했지만 통제가 잘 되지 않고 있다”, “빈소로 가는 길이 폭 좁은 외길이어서 이를 막아설 경우 접근이 어렵고 경호도 문제”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일부 인사들의 조문을 막고,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을 훼손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원인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KBS의 이 같은 보도는 KBS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만을 부추길 뿐이다. 노 전 대통령 분향소와 빈소 곳곳에서 KBS가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고 쫓겨나는 등 ‘냉대’를 받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KBS는 이제라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추모열기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추모열기를 막으려는 정권의 잘못된 시도를 비판하고,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성 수사’ 등에 대해 제대로 보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추락한 KBS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 KBS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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