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역할 하고팠던 노무현,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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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역할 하고팠던 노무현, 지.못.미
[인터뷰] KBS <다큐 3일> '봉하마을' 편 이경묵 PD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5.29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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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특집으로 지난해 5월 방송했던 <다큐멘터리 3일> ‘대통령의 귀향, 봉하마을 3일간의 기록’을 재방송했다.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은 <다큐3일> 게시판에 ‘다시 방송해줘 고맙다’, ‘눈물 흘리며 다시 보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4월 노 전 대통령을 취재한 <다큐 3일>의 이경묵 PD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 PD는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괴로운 부분도 있고, 심정적으로 정리가 안 됐다”며 고사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생각을 정리한 뒤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고, 28일 오후 KBS에서 이 PD를 만났다.

▲ 지난해 5월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대통령의 귀향, 봉하마을 3일간의 기록' ⓒKBS
이경묵 PD는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처음 듣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서거를)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고, 뉴스를 보는 것도 두려워” TV를 껐다. 인터뷰를 고사했던 것도 그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부엉이바위는 지난해 <다큐 3일> 촬영 당시 이 PD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등산한 곳이었다. 이경묵 PD는 “그 때 노 전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이 산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이곳저곳을 설명해줬다”면서 “누구나 그런 일이 있다면 떠올리기 쉽지 않은 기억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이 봉화산 올라 부엉이바위 설명하던 분이...” 

이 PD는 언론인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취재하는 입장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그에게 노 전 대통령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인연도 각별했다. 10여 년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체험 삶의 현장>에서 처음 만났고, 대통령 재임 시절 <도전 골든벨>, 퇴임 후 <다큐 3일>까지 이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 번이나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 촬영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탁주 한 잔을 받고 있는 이경묵 PD. 29일 노 전 대통령 추모특집으로 방송된 <추적60분>에 공개된 화면이다. ⓒKBS
그런 이경묵 PD가 기억하는 ‘인간’ 노무현은 “자기가 믿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원칙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떠한 경우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봉화산에 오를 때 노 전 대통령이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저한테 계속 설명을 했어요. 근데 솔직히 다음 질문도 생각해야하고, 카메라 움직임도 신경 쓰이고 해서 그냥 ‘네, 네’ 하면서 대답했죠. 그랬더니 혼잣말로 ‘내 얘기를 자세히 안 듣고 대답을 하네.’ 하시더라고요. 움찔했죠. 꾸짖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그 뒤로 더 긴장하게 됐고, 건성으로 진행되는 건 용납 못하는 분이구나 생각했죠. 그런 원칙까지도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던 분이 아닌가 싶어요.”

국가원로보다  ‘대통령’을 지낸 시민 역할을 하고 싶었던 사람

<다큐 3일>을 찍으면서 이경묵 PD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던졌다. 퇴임 후 편하게 지낼 수도 있는데 굳이 봉하마을에 내려와서 오리농사를 짓고, 관광객들을 맞고 하는 게 피곤하지 않냐고.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이 아닌 자연인 노무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이 PD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그 때 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퇴임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정치자문을 하는 역할이었는데, 저한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미 지식의 축적이 인터넷으로 빠르게 공유되는 사회에서 국가원로로서의 자문 역할보다, 대통령을 지낸 시민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이 PD는 그 말이 무척 와 닿았다고 말했다.

<다큐 3일> ‘봉하마을’ 편을 보면 “행복하냐”는 PD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아주 행복하다”며 웃음 짓는 장면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그 소박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는 지금 우리 곁을 떠났다. 이경묵 PD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역할을 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는데, 그걸 지켜주지 못한 사회가 안타깝다”며 인터뷰의 마지막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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