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과 노제가 모두 끝난 후인 29일 저녁에도 추모객들은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광장을 지키고 있다. 시민들은 서울광장과 태평로거리에 모여 촛불을 든 채 노래를 부르고, 발언대회를 가지는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추모 행사를 진행 중이다.
시민들은 특히 “오늘을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3년 뒤 투표를 통해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글로, 영화로, 블로그로 오늘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이어 “오늘 아침 경복궁에 갔다. 단지 가까운 곳에서 그 분의 영결식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전경이 막더라. 그래서 브라질 대사관에 비자 받으러 간다고 했더니, 왜 검은색 옷을 입었냐고 그러더라. 이런 날 휴가까지 내고 나와서 내가 왜 거짓말을 해야 하냐”면서 “나는 그저 조금 슬퍼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그냥 이렇게 느끼고 돌아가면 되는 거냐”고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이 정권을 당장 심판하지는 못 하겠지만, 3년 후 오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모욕과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잠시 동안만 슬퍼하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 글을 쓰는 사람은 글로, 영화 찍는 사람은 영화로,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블로그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망각했던 것들을 다시 환기시키고 우리가 잃었던 것을 다시 실현하자.”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도 “조문객이 400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주변 사람 3명씩만 설득해서 다음 선거에서 투표를 하게 한다면 이길 수 있다. 잊지 말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경들을 향해서도 “여러분이 왜 여기에 있냐”면서 “지금 당장 위화도회군 해서 청와대로 간다면 당신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편 밥도 안 챙겨주고 여기 나왔다”는 한 30대 주부도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고, “40대의 평범한 아빠”라고 소개한 남성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에서 내려오는 날이 3년 뒤가 아닌 오는 6월이 되길 바란다”며 “400만명이 아니라 특권층 1%를 제외한 4000만명이 모여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여고생은 “국사를 배우고 있는데 20년 전 혁명을 공부하면서 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싸우는 걸까 궁금했다”면서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촛불을 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름답게 하늘에 갈 수 있도록 추모했으면 좋겠다. 20년 뒤 국사 교과서에서 오늘을 아름답고 예쁘게 추모한 것으로 기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 해산 시도에 긴장감 흐르기도…큰 충돌은 없어
한편 이날 오후 3시 이후부터 병력을 배치해 거리를 봉쇄한 경찰은 오후 7시 15분께 태평로를 지키던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갑시다”라며 전진하자 진압을 시도해 일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저녁 10시 30분 현재까지 강제진압 없이 대치 상태만 계속 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모두 끝나는 29일 밤 12시 이후엔 강제해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