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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세계의 명화> /30일 오후 11시 10분
 
『세계의 명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줄거리]

현실과 환상이 얽혀 있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줄거리를 현재와 과거로 나눠 정리했다.

<현재(현실)의 줄거리>
카밀라(로라 해링 분)와 다이앤(나오미 왓츠 분)은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여배우들로 둘은 연인관계다. 그러나 아담 케셔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이 된 후 아담과 사랑에 빠진 카밀라는 다이앤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이에 다이앤은 단역을 전전하면서 사랑하는 카밀라를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한다. 급기야 카밀라의 성공에 질투심을 느끼며 점점 폐인으로 변하던 다이앤은 카밀라를 살해하기 위해 킬러를 고용하고, 자신도 괴로워하다가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다.

<과거(환상 혹은 꿈)의 줄거리>
LA의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길을 달리는 자동차 뒷좌석에 리타(로라 해링 분)가 수심에 찬 눈빛으로 앉아 있는데... 자동차가 조용히 멈추고 리타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말하자, 차를 몰던 남자는 리타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그 순간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폭주족 차량이 정면으로 자동차를 들이받는다. 완전히 부서진 자동차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카밀라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근처 빌라에 숨어 들어간다.

배우의 꿈을 안고 LA에 도착한 베티(나오미 왓츠 분)는 휴가를 떠난 이모 집에 갔다가 그곳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려 집에 숨어 있는 젊은 여자를 발견한 뒤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 줄 아담 케셔 감독과의 만남도 제쳐두고 리타의 기억을 찾기 위해 도와준다. 베티는 리타가 카페 ‘윙키스’의 여종업원 명찰에서 다이앤이라는 이름을 보고 놀라자, 리타에게 남은 유일한 기억의 단서인 ‘다이앤’이라는 인물을 찾아 나서는데... 결국 둘은 다이앤의 집에서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썩은 시체를 발견한다.

한편 젊은 감독인 아담 케셔(저스틴 테로 분)는 제작자들로부터 신작에 카밀라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라는 압력을 받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하지만 결국 파산위기에 몰린 아담 케셔는 그들에게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카밀라를 주연으로 뽑는다.

[주제]

두 여배우의 인생을 대조시키면서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의 현실을 신랄하게 파헤친 영화. 카밀라와 다이앤은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젊은 여배우들로 둘은 절친한 친구이자 연인관계이지만 서로 다른 인생길을 걷게 된다. 카밀라는 든든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영화의 주연까지 따내고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지면서 승승장구하지만, 다이앤은 단역을 전전하며 믿었던 친구이자 애인인 카밀라의 배신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한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인생에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인 베티의 꿈(환상)에 해당되고, 후반부는 현실에 해당하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꿈과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들이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 보이는 꿈 혹은 환상일까?’

[감상 포인트]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할리우드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매우 애매모호한 표현 방법을 택했다. 영화 초반부터 환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교차시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끝까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영화는 마지막 30분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두 시간 내내 다이앤의 시각에서 과거와 환상이 교차되는 세계를 풀어나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베티가 그 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해주는 다이앤의 또 다른 자아쯤으로 해석하면 될 듯싶다. 연기력이 뛰어나고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다이앤이지만 결국 영화의 주연 자리는 카밀라가 차지한다.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감독에게 압력을 가해 주연 여배우가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오디션이 진행되기 때문. 베티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리타의 과거를 찾아주기 위해 오디션도 마다하고 뛰쳐나갈 정도로 친구에게 헌신적이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다이앤은 성공한 카밀라에게 버림을 받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영화에 실렌지오 클럽이 등장하는데, ‘실렌지오(silenzio)’는 이탈리아 어로 ‘침묵’이라는 뜻이다. 실렌지오 클럽에서는 노래부터 연극까지 모든 공연이 립싱크로 진행되고, 여가수의 노래를 듣던 리타와 베티는 눈물을 흘린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실렌지오 클럽을 통해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가 꼭두각시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가수가 무대에 서서 ‘실렌지오’라고 말하는 것을 끝으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데이비드 린치 자신도 할리우드에 몸담고 있기에 현실을 폭로하되 어쩔 수 없이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감독] 데이비드 린치(1946-)

컬트 영화감독에서 주류 영화감독이 된 인물로, 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미국영화의 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감독이다. 그는 46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과학자인 아버지와 개방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린치는 보스턴예술학교에 진학했지만 낙제했고, 유럽에 갔다가 열흘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필라델피아로 가서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를 다녔다. 이때부터 데이비드 린치는 영화에 흥미를 갖고 68년 <알파벳>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었다. 대학을 나온 후에는 미국영화연구소(AFI)의 연구생으로 들어가 16mm 단편영화 <할머니 The Grand-mother>(1970)를 찍었고, 그후 대도시를 무대로 기형아를 낳은 젊은 부부의 얘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71년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원래는 6주 안에 촬영을 마치려고 했지만 제작기간이 5년 넘게 걸렸고 77년에 가서야 영화를 개봉할 수 있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다. <이레이저 헤드>는 기괴한 스토리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한 연출로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으며 개봉됐지만, 소수의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컬트영화의 대명사가 된 작품이다.

그러나 <이레이저 헤드>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소수의 지지를 받던 데이비드 린치는 <엘리펀트 맨 The Elephant Man>(1982)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하루아침에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감독이 되었다. 다음 작품인 <사구 Dune>(1984)는 흥행에서 참패했지만, 주류 영화의 형식을 섞어 만든 <블루 벨벳 Blue Velvet>(1986)의 성공에 힘입어 데이비드 린치는 주류영화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블루 벨벳>은 <이레이저 헤드>의 계보를 이어 평화로운 미국의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미국 중산층 내부의 음침하고 병적인 일상을 담은 영화다. 데이비드 린치는 89년에 제작을 시작한 텔레비전 시리즈 <트윈 픽스 Twin Peaks>가 미국 전역에서 크게 성공하고, <광란의 사랑 Wild at Heart>(1990)으로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컬트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를 발표했고, 최근작으로는 2006년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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