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조중동, 추모 끝…언론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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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조중동, 추모 끝…언론법 개정?
한나라당 쇄신특위 “언론법 처리 정기국회로”…청와대·당 지도부 ‘난색’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6.02 14: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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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기간 동안 ‘화해와 통합’의 정치 부재(不在)에 대한 자성을 말했던 여당 지도부가 6월 임시국회 개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관계법 등의 강행처리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한바탕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나라당에서 쏟아져 나온 자성은 결국 입으로만 쓴 반성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의 비판은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로부터 언론관계법 6월 표결처리는 여야 합의 사항인 만큼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데서 비롯한 것이다.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인사차 방문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나라당>
이날 안상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관계법은 상임위에서 처리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3당 원내대표가 6월에 처리하기로 약속한 만큼 (야당에서도) 존중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원내 수석부대표 역시 “(언론관계법) 6월 처리는 정당 차원의 국민적 약속”이라며 합의에 따라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기조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언론관계법 등 MB악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안상수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이 없으면 6월 국회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는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500만에 달하는 조문 인파 속 현 정권의 ‘일방통행’식 정국 운영에 대한 반대의 뜻이 담겨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석은 여당의 반토막 수준이지만 추모 민심이란 든든한 원군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용한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경계하기 위해 오는 4일 ‘12시간 의원 워크숍’을 열고 한나라당의 선결조건 수용 폭에 따라 6월 국회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언론관계법에 대해선 원안처리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고수할 계획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해 여유로움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2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100일 동안 사회적 논의를 진행한 후 표결처리를 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여야 대리전 형태로 진행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사실상 ‘시간끌기’ 식으로 계속되는 것도 내심 다행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6월 국회에서의 표결처리를 막을 것이 예상됐지만, 표결처리에 대한 여야 합의가 존재하는 만큼, 여당 입장에선 밀어붙이기의 정당성 역시 확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노 전 대통령이 수호했던 가치를 지키는 게 국민들 뜻”이라며 언론관계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저지에 총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일부 보수신문 중심의 언론구도를 타파, 권력을 분산하는 게 민주주의 가치 실현의 한 방법임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의 진정한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위해선 정부 여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에 적당히 반대의 ‘제스쳐’만 할 순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겨레>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언론관계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야당에겐 희소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의 성공을 위해선 언론관계법 개정 등이 6월 국회 내 이뤄져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2일 언론관계법 처리 문제를 정기국회로 넘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쇄신특위는 이를 위해 당·정·청 인사들이 참여하는 ‘방송언론 선진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언론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소장파의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 역시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꼭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만, 야당의 협조와 동의 없는 직권상정은 되도록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쇄신특위에 대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신임 사무총장 역시 2일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쇄신이 쇄멸이 돼선 안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정세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직권상정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방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일부 신문들도 6월 국회에서의 언론관계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2일 사설에서 “여야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4건의 미디어 관계 법안은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서거정국을 푸는 방안으로 정권은 정권대로 국정쇄신책을 추진하되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며 “미디어 관련법 등 여야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한 현안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날 <‘與圈 쇄신론’ 출발은 또 요란한데…> 기사에서 “청와대는 가장 시급한 경제위기 극복이란 과제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인척 교체 등으로 휘둘리면 집권 2년차 정국 구상이 모두 실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중략) 쇄신 요구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고 내다보면서 사실상 6월 국회 개회와 언론관계법 등의 처리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8월 말이 되면 공영방송의 이사진이 대거 교체되는데 정부 입장에선 이에 앞서 법을 개정, 권력과 권력에 호응하는 일부 언론들의 파이를 키워줄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며 “‘포스트 조문정국’ 속 청와대 여당 지도부, 일부 신문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런 가운데 언론관계법 등을 두루뭉수리하게 처리하려 할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현 시국 상황을 떠나 언론관계법 표결 처리의 전제는 국민 여론 수렴”이라며 “미디어위를 단지 ‘운영’만 하는 것으로 여론을 수렴할 수 없는 일 아니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만큼 언론관계법의 표결처리는 안 되는 게 당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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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효 2009-06-03 18:16:18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 문제 터졌을 때 노전대통령을 그렇게 비난하고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던 민주당부터 사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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