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독립된 공영방송위 설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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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독립된 공영방송위 설치해야”
5일 ‘디지털 시대, KBS의 미래’ 토론회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9.06.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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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성’을 띄지 않는 방송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영방송을 규제하는 공영방송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여야 3 대 2 구도의 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공영방송 예·결산 통제권을 국회가 갖도록 하는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안과는 상이한 내용이다.

지난 5일 한국언론학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마련한 봄철정기학술대회 특별세션 ‘디지털 시대, KBS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영방송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정치적 중립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지난 5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 시대, KBS의 미래’ 토론회 ⓒPD저널
이날 주제발표에서 KBS와 EBS, 그 외 공익적 방송사와 채널들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독립적 공영방송위원회 설치를 주장한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KBS를 포함한 공영방송의 유일한 지배적 규제자로서 공영방송위원회는 일련의 독립적 방송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정파성을 띄지 않는 방송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BBC 이사회가 방송의 생리를 모르는 정치인, 문화인, 학자 등으로 구성돼 정당이나 정파의 정치적 다툼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위원회의 역할로는 △공영방송의 임무 규정 △수신료 수준 결정 △수신료 가치에 대한 평가 △개별 공영방송의 일상적 보고․감독 △공영방송 전반의 설명책임 수행에 대한 조정 등을 제안했다.

다른 토론 참석자들은 공영방송위원회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형진 한양대 교수는 “공영방송 전체에 대한 지배구조를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한민국에서 학습한 경험을 보면 정치권에서,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본능을 숨기고 공영방송위원회를 독립된 위원회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또 “상업방송 시장, 유료․무료 방송 시장의 획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위원회 설치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 당장 위원회 설치를 이루기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승혜 세종대 교수 역시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위원회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이어 “공영방송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1981년부터 2500원에 머물고 있는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박사와 정재민 서울여대 교수는 “수신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광고 수익 역시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디지털 전환 비용에 대한 부담은 공영방송에게 재정적 압박이 되고 있다”며 “수신료 인상으로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게 한 후 경영효율화 및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내놓은 KBS의 재무구조 분석에 따르면, KBS가 디지털 전환 시기를 맞아 추진하려는 △디지털 전환 완료 △난시청 해소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 △교육방송 지원 △기타 공익적 사업 등 5개 비전을 적자 없이 모두 수행하려면 현재 비용구조 하에서 월 수신료를 4500원으로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수신료 인상 방안으로 디지털 TV 보유 가구 등 일부 가구에 대한 선별 인상이나 지상파 DMB 단말기 이용자에게 수신료를 징수하는 방안, 소득수준별로 수신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특히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KBS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우형진 한양대 교수는 “정권에 따라 불과 1~2년 사이에 변화하는 KBS의 태도를 보며 민망한 부분도 있다”며 “시청자들은 이걸 보고 기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으로서 KBS가 갖는 공적 부분을 전달하기에 앞서 KBS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자기 개혁의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은 KBS가 보여주는 내용을 신뢰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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