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남은 불량정권, 6월 정신으로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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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22주년 기념식…“독재 종식위해 하나 돼야” 한목소리

6·10 항쟁 22주년 기념식을 위해 10일 정오 서울 정동 성공회 대성당에 모든 이들의 주장은 같았다. 6월 항쟁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바로 세우기 위해선 모든 차이를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22년 전 6월 10일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던 성공회 대성당에서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주최로 열린 ‘6월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피와 땀, 눈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며 권위주의적 치안통치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종기씨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백낙청 서울대 교수,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시민사회단체연대회 공동 주최로 10일 오후 서울 정동 성공회 대성당에서 6월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PD저널

“이명박 정부, 국민이 타도해야 할 독재정권”

이날 기념식 개회사를 맡은 이해학 목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대표이사장)는 “아시아 최초로 민주 혁명의 깃발을 들었던 날인 오늘을 비통하고 침울한 심정으로 맞이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관련 언론·시민 탄압 △용산 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남북 긴장 등을 언급하며 “인권과 민주를 유리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국민이 타도해야 할 독재정권이라고 명칭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후 예정된 6·10 항쟁 기념 범국민대회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폐쇄한 서울시와 경찰 그리고 현 정부를 향해 “국민을 두려워하던 역대의 공안정권들이 평화시위를 폭력시위로 둔갑, 뒤집어씌우는 일들을 했다”면서 “국민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부는 민주정부가 아닌 독재정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맨손으로 불의에 항거, 반(反)민족·반민주 정권에 대한 투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민주주의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바보 노무현’으로부터 봤다. 이제 다시 6월 항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공포정치를 앞세운 반국민 행보를 사과하지 않는다면 정권 탈취 투쟁을 할 것”이라면서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중단 △4대강 살리기 명목 망국적 토목공사 중단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통정치 등을 촉구했다.

“배지 하나에 연연 말라. 버리는 순간 2~3배의 배지가 생겨날 것”

▲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을 대신해 국민장 보고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PD저널

기념사에 나선 함세웅 신부(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공동이사장)는 ‘하나 됨’을 강조했다.

함 신부는 “노 전 대통령 죽음 속에서 ‘하나’를 계속 묵상하고 있다. 일제치하 상해와 만주, 미국의 우리 독립군 선조들은 나라를 되찾겠다는 목적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념으로 갈라졌는데, 이는 ‘탐욕’ 때문”이라면서 “욕심을 버리지 않는 이상 6월 항쟁의 정신은 계속해서 핍박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이 자리에 정치인이 많이 있는데 큰 목적은 결국 같다. 바위에서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 전체를 하나로 묶어줬다. 이 계기 속에서 지성인, 정치인들이 한 발씩 양보해 탐욕을 버리면 하나가 될 수 있다. 그것이 6월 민주항쟁 정신의 실천적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실 목사(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500만 추모 물결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정적 표현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의 표출인데, 현 정권은 추모민심을 읽지 못하고 북풍으로 잠재우며 일방국정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면서 “6월 항쟁 22주년을 맞아 ‘사즉생’의 심정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실 목사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백척간두(百尺竿頭)로 물러설 곳이 없다”며 “국회의원들부터 배지와 사상, 조직에 연연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민들이 2~3배의 배지를 만들어 줄 것이다. 국민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정치인들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학영 한국YMCA 전국총연맹 사무총장은 “6월 항쟁을 통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에서 철거민이 경찰진압과정에서 사망하고, 택배비 300원만 더 올려달라며 파업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심지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냈던 이마저 세상을 떠야 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더는 부끄러운 조국을 물려줘선 안 된다. 권력이 국민의 권력으로 될 때까지 다시 6월로 돌아가자. 광장에서 새로운 그 날을 외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량정권 유통기한 많이 남았다. 우리 손으로 개혁해야”

이날 기념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을 대신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참석, 노 전 대통령 국민장 보고와 국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500만 명이 넘는 분들이 조문을 했고, 봉하마을에만 100만 명 이상의 분들이 찾아 왔다. 3~4시간씩 걸려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오열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살아있는 우리들의 마음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가신 분의 깊은 뜻을 갖고 하나로 모아야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10일 오후 7시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열릴 예정인 가운데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경찰이 무대설치를 막기위해 장비를 실은 트럭을 가로막고 있다. ⓒPD저널
이 전 총리는 “오는 7월 10일 노 전 대통령 49제를 지내고 나면 장례절차는 일단락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멈추는 건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기본적으로 불량한 권력과 불량한 검찰, 불량한 언론이 죽음 끝으로 몰고 간 불량한 행위다. 이 점에 대해 깊은 성찰을 갖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현 정권 출범 1년 반만에)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사회 민주주의가 함께해야 공고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진정으로 따뜻한 어머니는 유통기한이 남아있다 할지라도 불량식품은 자식에게 먹이지 않는다. 지금 불량정권의 유통기한이 많이 남았다. 남은 유통기한 동안 잘못된 제도와 권력, 잘못된 언론과 검찰을 우리 손으로 총체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선 제2의 강희남 목사, 제2의 박종철 열사, 제2의 이한열 열사,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마음을 모아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함께 나가는 게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의미다.”

이 전 총리는 서울광장에서의 범국민대회가 불허된 것과 관련해 “시청 앞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6월 항쟁 기념사업을 불허했다는 얘기를 듣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부활시켜야 할 6월 항쟁의 정신이 시청 앞 잔디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불량 정권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있을 우리의 역사적 책무를 함께 해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념식 말미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진상 조사 및 책임자 처벌 △표현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 보장 △공안탄압 중단 및 미디어 악법 폐기 △6·15 남북공동선언 및 10·4 선언 계승 등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9일부터 서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들과 500여 시민들은 범국민대회를 위해 무대설치를 준비하고 있지만 오전 8시와 9시에 이어 오후 1시 경찰들이 무대장비 침탈을 시도,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경찰이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6월항쟁 기념 범국민대회를 불허한 데 대해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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