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의 6·10과 지금의 6·10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상당한 힘으로 밀고 나오는데 우리에게도 힘이 있다. 우린 22년 전 독재정권을 무너트린 경험이 있다. 하나가 됐던 그 기억을 오늘 되살려보자.”
10일 오후 경찰이 6월 항쟁 22주년을 기념하는 범국민대회를 불허하며 서울광장을 인(人)의 장막으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본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의 말이다. 박정기씨는 경찰의 불허 방침에 맞서 지난 9일 오후부터 서울광장에서 노숙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민주당 ‘노란천막’을 찾아 이 같이 격려했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당 대표들이 어제(9일) 여기서 비를 맞고 잤다. 이번처럼 민주당이 앞으로도 국민 속으로 들어와서 고생을 한다면 성과가 눈에 보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야당들에 대한 기대는 ‘열사’의 부모들만이 아니다. 이날 오후 정범구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 사회로 서울광장 민주당 천막 앞에서 진행된 ‘만민공동회’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비 갠 하늘의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모여 앉아 이미경·송영길·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칭찬에 민주당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정세균 대표는 “과거 민주당에 실망 많이 하신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최근 제1야당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어제부터 나와 서울광장을 확보하려 노력한 것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국민 마음에 드는 행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심을 외면하는 정권의 말기는 항상 불행했다. 민심을 외면하고 국민과 싸워 이기려는 정권이 제대로 국민의 평가를 받은 일이 없다”면서 “이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국민 목소리를 들으며 서울광장을 열어야 한다. 신문법·방송법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보도하고 불리한 것은 감추기 위함 아닌가. 당장 언론법을 비롯한 MB악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전 원내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국민 대접을 안 해주면 싸울 수밖에 없다.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이수호 최고위원, 곽정숙 의원 등은 이날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범국민대회 관련 설비 반입을 막는 데 대해 항의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등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서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진행하려 했지만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민노당 관계자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합법적인 삼보일배를 방해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인도까지 막을 권리가 경찰에겐 없다. 명백한 야당 탄압이다”라고 항의했지만 경찰 측은 현수막 등을 이유로 불법집회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 측은 민주당 등이 오후 7시 범국민대회를 강행할 경우 1만 5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 강제 해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