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쓴 영화비평-‘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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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쓴 영화비평-‘마부’
고전영화로 본 ‘낯설음의 리얼리즘’
  • 승인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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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한국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해가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쉬리’의 신화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르기까지 관객동원 면에서,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도 한국영화는 이제 수준 급에 올라섰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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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하지만 지금처럼 한국영화가 온 국민에게 사랑을 받기 전부터 왠지 모르게(?) 한국영화를 사랑해 온 필자로선 요즈음의 상황을 보면서 예전의 우리 영화 전성기를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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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사실 60년대 중반에 태어나 7,8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필자로선, 게다가 할리우드 키드도 아니었던 필자로선 한국영화의 최고 전성기였던 60년대의 상황을 알 도리가 없었다. 정말 전성기라고 할 만한 것이었는지, 당시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그런 명예를 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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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그렇지만 4년 전 <시네마천국>을 연출하면서 1년이 넘게 기획해서 만들었던 ‘한국영화작가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한국영화를 찾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현재는 거의 한국영화 매니아 수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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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그래서 이번엔 최신작이 아닌 영화를 택해서 글을 써도 된다는 담당자의 말에 고무되어 40년 전 한국영화 전성기 때의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 다행히도 최근에 드물긴 하지만 비디오나 dvd 등의 형태로 한국의 고전영화들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예전의 영화들을 찾아보는 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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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영화는 강대진 감독의 61년작 ‘마부’다.
|contsmark19|이 영화는 국내 최초의 해외영화제 수상작(61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 특별심사상 수상- 그 해 베를린 영화제에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이 금곰상을 받았고, 고다르의 ‘여자는 여자다’가 은곰상을 받았다)이라는 명예도 지니고 있고, 당시 관객몰이에도 비교적 성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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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고 평범하다. 홀아비인 마부 춘삼(김승호 분)은 혼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딸과 두 아들을 키워왔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던 춘삼의 가족은 때론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때론 큰 아들(신영균 분)의 고등고시 합격에 대한 희망으로 힘든 삶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마침내 영화의 끝, 큰 아들 수업이 고등고시에 합격하면서 춘삼과 수원댁(황정순 분)이 결혼을 약속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 다섯 명의 가족이 중앙청 앞길을 걸어가는
|contsmark23|뒷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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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6|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를 지금의 세대인 필자가 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선, 묘하게도 외국영화를 처음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낯설음’의 감정이다. 그래서 고전영화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contsmark27|왜냐하면 영화라는 것은 어차피 현실과는 다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또
|contsmark28|한가지, 그런 ‘낯설음’과는 반대로 과거의 영화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거꾸로 반추해 볼 수도 있는 ‘거울’ 같은 역할도 한다. 이것 역시 고전영화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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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우선, 낯설음…영화 ‘마부’에 등장하는 60년대 초 서울의 거리 모습들. 마부들이 끄는 마차와 자동차들이 서울 중심부를 교차하면서 지나가는 모습, 부자집 식모, 전후 판자집촌의 모습들, 전차, 삼륜트럭, 당시의 극장 모습, 지금은 없어진 중앙청의 모습, 그리고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서울 도심의 낮은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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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4|영화의 곳곳엔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야외촬영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흡사 이태리의 전후 네오리얼리즘을 연상케 하는 이러한 사실적 화면 속에서 우리는 단지 낯설음만 느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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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이 낯설지만 사실적인 화면을 보면서 우리는 경제개발 직전 빈부격차가 심했던 당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즉, 이 한편의 과거 영화로 우리는 현재의 우리 모습까지 되돌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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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영화는 그 시대의 ‘거울’이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부분이다. 춘삼의 큰 아들이 고등고시에 세 번씩 낙방하면서도 계속 매달리는 이유도, 둘째 딸(엄앵란 분)이 돈많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허영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은 당시 사회의 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소위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이 출세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가족 중 누군가 반드시 출세를 해야 하는 것이다.
|contsmark41|그리고 영화 ‘마부’는 이런 서민들의 희망을 대리만족시켜 주었던 것이다. 마침내 고등고시에 합격하는 큰 아들 덕분에 춘삼의 가족들은 이제 마지막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행복한 미래로 웃으며
|contsmark42|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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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5|5·16쿠데타 직전에 제작된 이 영화 한편에서 영화 속 장면과 등장 인물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출발점이 거기에 있었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비약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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