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는 방송사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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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는 방송사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방송 3사 라디오작가 254명, ‘KBS PD집필제’ 반대 성명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6.17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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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라디오작가 254명은 17일 성명을 내고 “PD 경쟁력 강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방송작가를 퇴출시키려는 KBS PD집필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라디오작가들은 “PD집필제는 작가가 할 일까지 PD에게 떠맡겨 정작 PD가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대단히 높다”면서 “이는 PD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를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작가들은 “KBS가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러한 일은 비단 구성 다큐 분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며 “KBS는 이미 경영환경 악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라디오 작가들의 원고료 역시 일방적으로 10~20%가량 대폭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송의 필요에 의해 방송 작가의 수요가 창출되었고, 각 방송사들은 자체 아카데미를 통해 방송작가 과정을 두어 그 필요성을 인정해왔다”며 “만약 PD집필제로 인해 방송의 질이 저하되면 이미 현장에서 떠나보낸 방송작가를 다시 찾을 것인가. 방송작가는 방송사의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KBS는 PD집필제라는 이름의 방송작가 죽이기를 중단하라!

우리 라디오작가들은 지난 4월부터 KBS가 일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PD집필제의 내용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PD집필제는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를 위한 제도이다.

KBS는 PD집필제 도입의 명분으로 PD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글 쓰는 것이 정말 피디의 경쟁력인가? 하나의 프로그램에도 수많은 분야의 역량이 투입되는 방송은 흔히 종합예술에 비견된다. PD는 이러한 역량의 총합을 이끌어내는 지휘자로, 진정한 PD의 경쟁력은 그러한 지휘자로서의 능력에 있다고 할 것이다. PD의 경쟁력을 묻고 싶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 비전에 비추어 각 분야에서 역량의 최대치를 끌어내고 있는지, 그 역량들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키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할 것이다. PD집필제는 작가가 할 일까지 PD에게 떠맡겨 정작 PD가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대단히 높다. PD집필제는 PD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프로그램 경쟁력 약화를 위한 제도가 될 것이다. 이것은 국민을 위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방송 컨텐츠의 질적 강화를 통해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여야 할 공영방송 KBS의 역할을 저버리는 일이다.

KBS의 전방위적 방송작가 죽이기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러한 일은 비단 구성 다큐 분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가을 개편과 봄 개편 과정에서 KBS는 경영환경 악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라디오 작가들의 원고료 역시 일방적으로 10~20%가량 대폭 삭감했다. 워낙 낮은 수준이었던 원고료에서 삭감의 고통은 컸지만,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방송작가들은 이를 수용했다. 경제가 좋아지면 회복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도 가졌다. 그러나 그 후 KBS 라디오 작가들에게 돌아온 것은 소위 표준작가심사제와 연봉상한제라는 납득할 수 없는 제도적 장치로, 작가를 배제한 채 이러한 논의가 진행돼왔다는 사실에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방송작가는 방송사의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방송의 필요에 의해서,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위해서 방송 작가의 수요가 창출되었다. 또 각 방송사들은 자체 아카데미를 통해서 방송작가 과정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등 방송작가 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해왔고, 실제로 지난 30여년 동안 방송작가들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박봉에도 불구하고 밤샘을 하면서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만약에 PD집필제로 인해서 방송의 질이 저하되고 문제가 됐을 경우 이미 현장에서 떠나보낸 방송작가를 다시 찾을 것인가? 방송작가는 방송사의 실험대상이 될 수는 없다.

고로 우리 라디오 작가 일동은 PD집필제에 대한 시사, 교양, 다큐 작가들의 강력한 항의에 동의하며, 이에 우리의 지지를 보태고자 한다. KBS에게 촉구한다. PD경쟁력 강화라는, 허울만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방송작가를 퇴출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09. 6. 17
KBS, MBC, SBS 라디오 작가 254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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