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기소, 과학적으로도 부당”
상태바
“‘PD수첩’ 기소, 과학적으로도 부당”
검찰, ‘왜곡’ 보도와 작가 이메일 연관성 입증 못해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9.06.24 0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은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를 보도한 MBC 〈PD수첩〉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제작진 5명을 지난 18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주장의 요지는 〈PD수첩〉이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공직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허위사실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보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PD수첩〉이 ‘악의적’이라는 근거를 검찰은 작가의 이메일에서 일부 찾았다. 검찰은 “압수물 중 왜곡 방송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며 김은희 작가가 지인에게 보낸 세 통의 편지 중 일부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압수된 김은희 작가 이메일에는 ‘총선 직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PD수첩 제작에 몰입’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지난 18일 MBC 〈PD수첩〉 제작진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병두 1차장검사가 〈PD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PD저널
그러나 검찰은 이메일 내용과 〈PD수첩〉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검사는 “(이메일 내용을) 제작진 내부에서 공유했는지 확증은 없다”면서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 제작진과 심정적인 공유가 있지 않았나 한다”는 ‘추측’만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도대체 작가의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 방송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어디 있으며,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증거는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도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이메일 공개가 불가피했다는 것은) 그 이외 증거가 부족한 부실 수사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PD수첩〉측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사적인 이메일까지 보도자료에 낸 것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며 “굉장히 정치적인 제스처이고, 법조인으로서 전문가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 역시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기소는 과학적으로 전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무지에 의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왜곡된 근거에 의한 고발일 뿐”이라면서 “악의는 〈PD수첩〉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비판한 프로그램에 전직 주무 부처 장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씌우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능희 전 〈PD수첩〉 CP는 “우리는 정부의 외교통상정책을 비판했을 뿐”이라며 “관련 정책을 집행한 자가 동료 공무원인 검사에게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업무방해죄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왜곡 방영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 7명의 수입·판매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형태 변호사는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할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며 “다우너 소에 관한 미국의 처리 시스템 문제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방송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인과관계를 확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