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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총사퇴 요구…MBC노조, 24일 규탄 기자회견

청와대가 MBC 경영진의 총사퇴를 압박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 역시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등 미디어법 처리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MBC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엄기영 사장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 향후 정권의 MBC ‘흔들기’와 이에 맞선 MBC의 ‘버티기’가 어떤 형국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검찰이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 ‘왜곡 방송’으로 결론짓고 지난 18일 제작진 5명을 불구속 기소하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날 브리핑을 통해 “외국이라면 경영진이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한다”며 사실상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의 총사퇴를 압박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편파 왜곡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언론탄압·정치수사를 얘기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평가의 잣대에 어긋나는 경영진이라면 이사회나 다른 기관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엄기영 사장 등의 해임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PD저널리즘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음주 운전자에게 차를 맡긴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회적 공기가 아닌 흉기”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 엄기영 MBC 사장 ⓒMBC
이 같은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엄기영 사장은 “부적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판을 쏟아냈다.

엄 사장은 지난 22일 임원회의에서 “〈PD수첩〉 사건의 요체는 명예훼손 여부인데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매우 우려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의 퇴진을 어떻게 말하나”라고 비판한 뒤, “진퇴 여부는 내가 결정한다”면서 “임직원들은 흔들리지 말고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MBC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나가자”고 당부했다.

엄기영 사장이 〈PD수첩〉 수사와 정권 차원의 압력을 이처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MBC를 둘러싼 정권 차원의 압력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MBC 해석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근행)도 앞서 성명을 내고 “아직 확정 판결이 난 것도 아니며, 정권의 하명을 받은 정치 검찰의 일방적 수사내용만을 갖고, 호들갑을 떨며 공영방송 경영진을 나가라 말라 운운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MBC까지 손아귀에 넣고 흔들겠다는 심사를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현 정권이 방송에 대해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면 권한에 맞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한 말을 우리는 정권에 그대로 되돌려 말해주고 싶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회복시켜라. 이명박 정권은 한시라도 빨리 도덕불감증을 버리고, 국민이 뽑은 정권에 걸맞은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MBC본부는 24일 오후 2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 항의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민주당은 23일 논평을 통해 “지독한 정치탄압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오만과 독선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도를 넘어선 발언으로 국민을 협박하고 언론사에 대한 탄압을 서슴없이 하고도 잘못을 모르는 이동관 대변인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을 “명백한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언론탄압에 혈안이 되어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야말로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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