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 헛된 꿈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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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MBC노사 방문진 이사 추천 관행 불인정 … “정권, 이성 찾아야”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정부가 오는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면서 그동안 MBC 노사가 이사 2명을 추천하던 관행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29일자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방문진이 친정권 인사에 의해 싹쓸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KBS 사태’와 마찬가지로 먼저 방문진을 장악해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운 뒤 MBC를 친정권 방송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이른바 ‘MBC 장악 시나리오’가 척척 들어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방문진 이사에) 노사 추천 인사를 넣을 수는 없다”고 밝혔고,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역시 “MBC 경영진이 추천하던 관행을 존중하지 않겠다. 방통위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MBC 노사는 지난 1988년 방문진 출범 이후 줄곧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 왔다. 전체 9명의 이사 가운데 MBC 노사가 2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7명을 여야가 나눠 갖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지난 20년간 지켜져 왔던 관행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방문진 이사회가 정부·여당쪽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로서 MBC 경영진을 선임·해임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여당쪽 인사로 방문진 이사회가 구성될 경우 엄기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물갈이되는 것은 물론, MBC에 대한 정권의 입김도 한층 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 군사정권보다 더 노골적으로 언론 독립성 침해”

이에 대해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MBC를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정권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지름길”이라며 “정권은 한시적이니 헛된 꿈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현 정권은 역대 군사정권보다 더 심각하게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은 정권이 얼마나 노골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정권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MBC는 노사가 짝짜꿍해서 망쳐놓은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대해서도 “방문진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까지 피땀을 흘리며 이뤄낸 사회 진보의 결과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의 공영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공부 좀 하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방문진은 이사회가 친정권 인사들에 의해 싹쓸이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란 입장이다. 한 방문진 이사는 “(이사회 구도가) 9대0으로 간다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렇게까지 어리석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이태희 대변인은 29일 “새로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는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천, 또는 타천 방식을 통해 공개 모집할 것”이라며 “MBC 노조 역시 자천, 또는 타천 형식으로 후보를 추천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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