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문진 이사 MBC 추천 존중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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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지난 1988년에 설립됐다. 노태우 정권 당시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야가 국민여론에 근거해 방문진법을 합의, 제정했다. 방문진은 ‘진흥회가 최다출자한 방송사업자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하게 되니 이는 곧 MBC의 감독기관임을 의미한다. 이로써 MBC는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부여받았고 그로부터 어언 20년이 넘었다.

지난 20년간 1기부터 이번 7기까지의 방문진 이사에는 MBC 노사가 추천한 2명 내외의 이사들이 포함되어 왔다. 1988년 입법 당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방송위 추천 6인 중에 MBC가 추천하는 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이를 속기록에 명기함으로써 이후 입법정신이 존중되었다. 이는 문화방송의 현장감과 책임정신을 구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속기록 정신’은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도 어김이 없었다.

올 8월에 7기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다. 그런데 방송가에는 벌써부터 자천 타천의 이사 후보군이 명멸하는 가운데 현 정권이 이번에는 지난 20년간 정착된 문화방송 추천 지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다시 말해 MBC를 장악하기 위해 9명의 이사를 모두 현 정권이 선임하는 인사로 선정한다는 것이다(한겨레 6월 29일 보도). 만약 사실이라면 참으로 경악스런 일이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방문진 이사를 공모, 선임할 것”이며 “MBC 역시 후보를 추천하면 방통위 심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년간 방문진과 MBC의 역사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현 정권이 이를 강행한다면 MBC 장악, 방송통제의 마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MBC의 방문진 이사 추천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뼈를 깎는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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