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막장드라마’ 실패작 늘려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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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대행

‘막장드라마’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SBS 〈아내의 유혹〉 뒤를 이은 〈두 아내〉는 전작 시청률의 절반 정도인 10~15%대에 머물고 있다. 5월 종영된 MBC 〈사랑해 울지마〉도 일일극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15~20% 사이 시청률을 맴돌았다.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정도만 20%를 넘어서고 있다. 다시 말해, 막장드라마는 그 ‘출발점’이었던 아침시간대에서만 여전히 기능하고 있을 뿐, 확장 진출했던 저녁~밤 시간대에서는 점차 물러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현상이긴 하다. 막장드라마는 이제 막 TV 드라마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듯 보였다. 그러던 것이 ‘꽃피자마자 점멸’돼버린 것이다. 물론 개개 콘텐트 매력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 계층 분리로 생각해보면 ‘올 것이 왔다’고 볼 수 있다.

막장드라마 유행은 중장년층 여성이 기반이 돼 일어난 현상이다. 그러나 중장년층 여성이란 사실상 한 데 묶일 수 없는 계층이다. 일단 40~60대를 생각해볼 때, 흔히 386세대라 일컬어지는 40~50세 여성층과 그 윗세대는 사회문화적 환경면에서 크게 다르다. 대학진학률 급등, 사회의식 및 참여 확충, 여성인권 강화 등 수많은 요인들이 386세대에 부여됐다. 기본적으로 전업주부보다는 사회활동을 하는 비율이 높으며, 관심사에서도 차이가 있다.

막장드라마는 이들을 위한 콘텐트가 아니다. 억압과 제약을 받아 사회진출을 이루지 못한 그 윗세대용 콘텐트다.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고, 가히 만화적인 설정이 주를 이룬다. 사회적 욕망의 발현이라기보다 인간갈등을 주로 하는 판터지형 욕구 충족이 키워드다. 그래서 아침드라마부터 터진 것이다. 50대 이상 전업주부 중심으로 시청층을 형성해나갔다.

그렇다면 근래 막장드라마의 저녁시간대 선전은? 386세대가 가세해 일어난 일인 건 맞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극단적 상황이 연발되는 저급드라마에 대해 일시적으로 키치적 소비 붐이 일어났다거나, F1(20~34세 사이 여성층) 중심으로 형성된 드라마 장르 내에서 세대적 동질감을 주는 여타 드라마가 시장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애초 단단한 기반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386세대 기호를 맞춰주는 드라마가 등장하면 바로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었다.

최근의 시청률 추이가 이를 증명한다. 386세대와 그 윗세대 욕구의 ‘합의점’이라 볼 수 있는 MBC 〈내조의 여왕〉, KBS2 〈미워도 다시 한번〉 등은 시청률 20~30%를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둔 반면, 기존 막장드라마들과 386세대 기호를 잘 맞춰주고 있는 SBS 〈시티홀〉등은 서로 비슷비슷한 중박급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제 일방적 막장드라마 독주는 꺼지고, 서로 기호에 맞는 드라마들로 시장이 정확히 나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대행

문화현상은 늘 ‘붐’이라는 이상기후 탓에 오독되곤 한다. 특정 콘텐트가 본래 시장을 벗어나 타 시장까지 침범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붐’은 결국 꺼진다. 본래 시장으로 되돌아오게 돼있다. 물밀듯 밀어닥쳤던 막장드라마 ‘붐’도 결국 끝나고, 다시 아침시간대로 돌아가고 있다. 더 이상 잘못된 시장판단 하에 실패작을 늘리지 말고, 상상력을 발휘해 중장년층 시청자를 합산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안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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