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언론인 ‘압박’하는 MB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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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으로 언론인 ‘압박’하는 MB정부
검찰도 소송 대열에 합류·블로거도 예외 없어…“언론인들, 사선 걷는 기분”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9.07.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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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세력을 누르는 수단으로 소송이 남발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잦은 소송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언론인들이 늘고 있다. 한때 특종의 ‘부산물’처럼 여겨지던 소송이 언론인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언론인들이 잇따라 기소되면서 언론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른바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부른 신영철 대법관 사건 등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 역시 팽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언론인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더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지나친 ‘자기검열’로 비판적인 보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비판·감시 대상인 검찰까지 소송 대열 합류

지난해 12월 1일 <‘진흙탕 싸움’ 안가리는 YTN 구본홍, ‘막판 승부수’ 통할까?>란 기사로 인해 강철원 당시 YTN 보도국장 직무대행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채은하 <프레시안> 기자는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 주는 언론중재 제도가 있지만, 채 기자의 경우 곧바로 형사 소송을 당했다.

채 기자는 “경찰이 지난 3월 말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음에도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끄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게 사실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을 경우 소송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 지난해 12월 1일자 <프레시안> 보도 ⓒ<프레시안>
언론의 당연한 비판․감시 대상인 검찰이나 정부기관 등 이른바 ‘권력기관’으로부터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BBK 사건’으로 논란이 일던 2007년 12월 4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의 김경준 씨 메모를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던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이후 검사 10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은 “부도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처럼 인식, 검사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명예가 훼손됐다”며 6억 원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주 기자는 “검사들이 단일 사안으로, 자신들 방에서 일어난 일로 기자에게 소송을 제기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법을 아는 검사들마저 지나치게 소송을 남발해 기자의 발을 묶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선 기자들, 사선 걷는 기분”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오마이뉴스>도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당했다. 지난해 6월 7일 <이 대통령 “촛불 배후는 주사파 친북세력”>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대해 이 대통령은 “명백한 허위보도이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서 정정보도와 5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제작진이 기소된 <PD수첩> 역시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가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지난 3월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이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소송당하는 것 자체가 취재·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압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소송을 거는 주체가 누구인지 하는 문제다. 지금은 당연히 비판을 들어야 되는 사람들이, 더구나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해명 가능한 사람들이 소송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일선 기자들은 당연히 비판보도를 해야 하는데도 마치 사선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6월 7일자 <오마이뉴스> 보도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거’도 소송 가능성 상존

최근에는 개인 블로거들도 소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PD수첩> 사태, YTN 낙하산 사장 논란 등 언론계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해온 미디어 몽구는 지난 1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당시 한 보수단체 대표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당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미디어 몽구는 “4년 정도 블로거 활동을 했지만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딘가 소속돼 있는 언론사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 받으면서 굉장히 떨렸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그는 “(고소 등 법적 대응에) 영향 받지 않고 꿋꿋하게 활동하면 되겠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됐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민감한 내용에 대해선 될 수 있으면 다루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 불신으로 심리적 위축 더 커져

물론 언론인들에게 소송의 가능성은 늘 존재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검찰·법원 등에 대한 ‘불신’은 언론인들에게 소송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채은하 <프레시안> 기자는 “소송을 당할 수도 있지만 검찰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더 큰 것 같다”며 “회사 측이 고소를 취하했음에도 YTN 조합원들이 기소되고, <PD수첩> 제작진 역시 기소되는 등 요즘 언론인 관련 검찰 수사를 보면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본부장 역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철저히 크로스체크 하는 등 기본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언론인들이 기소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정권의 입김에 의해 재판이 좌지우지되는 분위기 때문에 좀 더 조심해서 보도하고 더 철저히 크로스체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판결 경향을 보면 언론 보도와 관련한 소송에서 과거에 비해 언론인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 달 발간한 ‘2008년 언론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대법원 등 각급 법원이 선고한 언론 관련 판결 116건 중 원고 승소율은 60.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5~2007년 3년 동안 언론 소송 판결의 원고 승소율 43.4%보다 16.9%p 높은 것이다.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예전엔 법정에 가서 보자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법정에 가도 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돼 언론인들이 위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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