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문진 이사진, MBC 정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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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통위원장, 관훈클럽 토론…2013년 이후 신규 지상파 허가 가능성

오는 8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의 전면 교체가 예정된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9일 “새롭게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진이 MBC 종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MBC의) 정명(正名)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 위원장의 MBC 위상과 관련한 언급이 민영화 논란을 부른 바 있다. MBC를 민영화해 대기업에 넘길 생각 있는 것이냐”(김창균 <조선일보> 정치부장)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지난해 12월 방문진 20주년 기념식과 올해 1월 국회에서 언급해 논란이 됐던 ‘정명론’을 또 다시 꺼내 들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전국언론노조

최 위원장은 “방문진 20주년 행사에서 MBC의 ‘정명’을 언급했던 것은 MBC를 놓고 공영방송, 민영방송, 공·민영 방송, 노영방송 등 온갖 얘기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명은 정체다. MBC가 이젠 정체를 밝혀야 한다. 편리한대로 공영, 민영을 오가선 안 된다. 새롭게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회가 정명을 찾아야 하고, 이 같은 측면에서 방문진 이사진 인선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지난 1일 방문진 이사 공모를 하면서 1988년 방송법 제정 이래 인정돼 온 MBC 노사의 방문진 이사 추천 몫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최 위원장은 MBC 노사의 방문진 이사 추천 관행과 관련해 “방통위는 각계의 대표성 등을 검토, 방문진 이사를 인선할 책임이 있다”면서 “MBC 노사가 천거한 인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법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법에 충실하게 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MBC를 재벌에 넘기는 것은 민영화 방침이 전제됐을 때 가능한 것인 만큼, 아무런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와 같은 논의는 적절치 않다”면서 “미디어법 개정으로 신문·대기업이 (MBC를) 인수할 수 있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MBC처럼 큰 미디어를 개인이나 기업이 인수하기 위해선 조 단위의 돈이 투입돼야 하는데 가능할까. 이문이 있는 장사로 보기 어렵다. 이런 문제에 대해 걱정 안 해도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안 적절치 않아”…디지털 전환 이후 신규 지상파 방송 허가 가능성 

최 위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국회가 언론관계법 개정 문제를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결론지을 것을 주문했다.

최 위원장은 토론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미디어법 개정안이 6개월 이상 정치의 볼모가 돼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며 “반대하는 이들은 언론 장악 의도가 있다고 하고, 소위 조·중·동이나 재벌에게 방송을 주기 위한 것이라 비판하지만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한) 일부 방송사들의 정도를 벗어난 보도 행태가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 여론을 오도하는 파행을 보였던 점은 심히 유감”이라면서 사실상 MBC를 정조준 했다.

또 “이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조차 하지 않는 것은 방송 스스로가 시청자의 신뢰를 두 번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방송정책의 책임자로서, 방송이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처리되는 대로 연내에 종합편성채널을 도입하고 보도전문채널을 추가로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보도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에 한해 신문·대기업의 지분 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잠정 확정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공식 제안된 것이 아닌 만큼 언급 자체가 이상한 것이지만, 보도 분야를 제외하는 것은 너무 잔재주가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관계법 개정으로) 30년 전 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돼야 하는데, 보도는 안 되고 다른 것은 되는 식으로 칸막이를 새로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2013년 이후 신문의 방송경영 허용 등이 주요 내용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선 “탄력적 고려가 가능하다.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2013년 이후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 지평의 구상이 열려야 하는 만큼 함께 논의할 가치가 있는 소재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또한 언론법 개정 이후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을 몇 개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처리되면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지상파 방송을 새로 하는 문제는 2012년 디지털 전환이 완료돼야 하는 문제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주파수가 108메가가 남는데,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 1개에 40메가 정도면 허가가 가능하다. 이를 지상파 방송을 (추가로) 허가할 수도, 통신업계에 판매해 다른 방송통신산업 진흥에 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법 개정, 여론에 끌려 다녀선 안 돼”

여당이 오는 13일 언론관계법 상임위 처리를 매듭짓고 6월 임시국회 회기 동안 본회의 처리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는 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정부·여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제시한 지난해 12월 이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의 ‘여론을 존중해야 하지만 끌려가선 안 된다.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경부고속도로나 포항제철 등을 만들 때도 반대가 높았다. 정책 입안자와 지도자의 비전과 실천력이 중요하다”면서 “미디어법 내용에 대한 여론조사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전문가도 잘 모르는 현실을 일반 시민들의 여론을 통해 (정치권이) 잘잘못 얘기하는 것은 정치 집단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다만 성실한 대응 논리로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 점은 송구하다”고 말했다.

언론관계법 개정과 관련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 통계 조작 논란에 대해 그는 “일부 통계 수치가 잘못 인용된 데 대해 KISDI 책임자를 불러 야단을 치고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미디어 산업 개편은 KISDI 보고서에 근거한 게 아니라 일반적 산업 논리에서 유추한 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면 경쟁 속에서 일자리, 먹을거리가 나오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또 “1억을 투자해 10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10억을 투자해 5개, 10개, 1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적든 크든 일자리 증가 지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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