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통과 안되면 보혁갈등 뚜렷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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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언론재단 세미나…“포털견제 실패…신문위기 불러”

“2007년도 신문시장 매출액은 3조 2305억 원으로 전년대비 23.6% 상승했다. 그러나 2008년과 2009년을 거치며 수익률, 매출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포털, 블로그 등 뉴스 소비에 있어 대체재 역할(네이버 뉴스캐스트)을 하는 경쟁 매체의 등장으로 신문시장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9일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미디어 기업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유의선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른바 종이 신문(Paper Newspaper) 수요자와 인터넷 신문 수요자 간 성향 차이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15세 이상의 75%, 20대의 67%가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한국언론재단조사 자료를 인용하며 유 교수는 “신문의 경영수지가 지속적으로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취재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송분야 진출이 원천적 봉쇄됐다. 응답자의 15%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적 요인으로 △언론사, 닷컴 전략의 실패 △무료 기사 제공 (광고와 쇼핑몰 기대 이하) △포털에 대한 효율적 견제 실패 △광고 급감 △한정된 광고 파이와 계속 늘어나는 경쟁 매체들(무가지 신문, IPTV)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신문시장의 경우 판매 가격이 거의 일치하므로 광고시장에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이런 이유로 자사 구독자의 정치 성향 등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보수신문의 보수성향, 진보신문의 진보 성향 강화 추세에 놓이고,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하는 무료 방송시장의 경우에도 정치적 색채를 지향하는 방송보도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법·제도 환경의 개선을 언급하며 “상호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적정 범주 내에서 세제 및 금융 혜택을 줄 수도 있다”며 신문사의 경우 ‘원 소스 멀티유즈’를 할 수 있도록 타매체 진입장벽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공영방송의 적정 범주/구조조정 및 수신료 인상을 하는 동시에 지상파 방송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 수준의 비대칭 규제 및 위법적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사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김택환 “뉴욕타임즈, 폴 크루그먼 같은 슈퍼스타 나와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은 신문시장 사양화라는 위기인식에 동의하면서 융합시대의 미디어기업의 경영난 해결 방안에 대해 각각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종이신문이 사양산업인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연스러운 추세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신문이 종이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미디어 기업 대응전략’ 세미나가 9일 오전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PD저널
윤 교수는 “이제는 (미디어법 논란으로) 너무 싸우니까 언론노조나 일부 시민단체 의견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지겨워져서 ‘너네 그만 싸워라’는 식으로 반대여론이 높다”면서 “만에 하나 법이 통과하지 않으면 조만간 신문부터 죽기 시작해서 포털까지 도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신문사가 쇠퇴하면서 이념갈등을 더욱 부추겨 독자들이 외면하게 되는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택환 중앙일보 멀티미디어랩 소장은 “1987년 전두환 신군부가 신문을 통폐합한 이후 엄격하게 신문시장 규제를 묶고 있다”며 “일본은 TV, 라디오, 신문 중 2개만 겸영을 해도 겸영으로 보는데, MBC만 하더라도 TV와 라디오를 겸영하고 있지 않냐”고 공격했다.

그는 “컨버전스 못지않게 중요한 게 원소스 멀티유즈”라고 말하며 뉴욕 타임즈의 폴 크루그먼을 예로 들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 국제경제학 분야의 석학이면서 미국 뉴욕타임즈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폴 크루그먼을 인용한 김 소장은 “이런 사람들이 북 저널리즘으로 가치를 올린다. 뉴욕타임즈 사장이 떠나지 말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고 말했다. 기사를 쓰는 동시에 300만부가 넘는 자신의 저서 판매를 통해 글의 가치를 높이는 등 신문의 품질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저희 신문에 김영희 대기자가 50년째 하고 있는데, 더 할 수 있도록 오너에게 말한다”면서 “상징적 존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들도 슈퍼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범수 “유럽 사모펀드 미디어 시장편입…과점상태로 조정”

전범수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별적인 수준에서 개별 미디어 그룹들이 대체해야 할 방안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매체 발전 과정에서 구조적 위기는 신문 뿐만 아니라 통신도 겪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시장도 대부분 비슷한 경우”라며 “현재는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성장기가 꺾여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한국 미디어산업의 후속시장이 약화돼 있는 것을 지적하며 “유럽과 미국시장을 보면 처음에 콘텐츠를 잘 만들어 유통할 수 구조가 형성되지만, 국내시장은 이것이 깨져있다”면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현재 시장의 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시장 다각화를 통해서 기존의 사업 부문을 재조정하는 부분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한국 방송시장 진입규제 현황 ⓒ유의선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내부 시장을 효율화 시키는 방안으로 △M&A의 가속화 △뉴스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살리면서 공정경쟁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 교수는 “유럽에는 사모펀드가 미디어산업에 개입되면서 신문 산업이 과점 상태로 조정됐다”면서 “일본은 후속시장이 좋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부동산 시장 등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싱(자금조달)을 다양하게 한 다음,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주요 미디어 그룹 변화들을 보면 올드 미디어가 자기 변신을 많이 하고 있지만, 구글, 애플, 소셜네트워크 등 혁신적인 기업들이 미디어 산업 많이 들어와 있다”면서 “개별적인 기업들도 정신 차리고 다양한 패러다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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