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국민 추천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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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투명성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제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를 포함한 공영방송 이사 전면교체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미 친여권 인사들의 사전 내정설이 떠돌며 친여 일색의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방통위가 지난 20여년간 지켜졌던 MBC 노사의 방문진 이사 추천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기존의 관행을 무시하고 별도의 기준과 검증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아 이사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기준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언론시민사회 48개 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실은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투명성 강화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치적으로 독립된 이사 선임의 중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구 방송위 시절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 심화될 것”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거엔 독립적 규제기구인 방송위원회에서 이사를 선임했다면 지금은 행정기구에서 선임을 하면서 대통령-방통위-이사회-사장으로 이어지는 인사권 핫라인이 개설됐다”면서 “현재의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다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성은 과거 방송위 시절보다 훨씬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미디어행동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실이 9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투명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PD저널
때문에 공영방송 이사의 정치적 독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태섭 전 KBS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녀야 하고, 선임 과정이 투명해야 하며, 특정 정파에 유착해 공영방송의 감독 업무를 정파적 이익과 관련시킬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도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정치적 압력을 방어할 수 있고, 사회적 공기인 방송에 대한 철학 정도만 투철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전 정권의 방문진도 사실 정치적으로 안배됐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이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MBC를 실질적으로 장악하려고 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선임된 적은 없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MBC를 통제하려는 정치적 미션을 정권이 부여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오느냐가 제도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또한 “방문진 이사가 정치적 통제 창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가장 크다. 인사권과 돈줄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장악하려 들 것”이라며 “정치적 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그러면서 MBC와 방문진의 바람직한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방문진 이사회가 대주주로서의 역할에 집착할 경우, 방문진 이사회는 MBC 경영에 관한 일상적인 개입과 간섭으로 나타날 우려가 높다”면서 방문진에 지주회사로서의 리더십을 주문하기도 했다.

MBC노조 “국민 추천위 만들면 이사 추천 몫 손 떼겠다”

▲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왼쪽)과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PD저널
정치적으로 독립된 이사 선임을 위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 국민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신태섭 전 이사는 “국민이 직접 이사를 추천하여 방통위의 일탈을 제한하는 사회적 장치를 국민과 정치권에게 요구하고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이근행 위원장 “노조의 방문진 이사 추천 몫에 대해 밖에서 공격하는데, 지금 국면에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위원회라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손 뗄 것”이라며 “모든 권한을 사회적 기구에 위임하고 우린 거기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KBS 이사는 “이사 추천위를 만든다면 구성과 역할 등에 대해서도 규정을 정확히 두고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이사로 선임된 뒤에도 제대로 활동하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국민 대표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돌아앉은 돌부처’ 정권…기대난망”

하지만 회의 섞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정상윤 교수는 “국민을 존중하고 섬길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방송에 대한 고민과 열정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방통위가 이런 요구를 안 들어줄 것 같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길 바랄 수밖에”라고 말했다.

▲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왼쪽)과 남인순 KBS 이사 ⓒPD저널
신태섭 전 이사 역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일지라도, 최고권력자가 한다 하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을 내세우거나, ‘다수당의 의회독재’까지 개의치 않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볼 때, 정말 기대난망”이라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방문진 이사를 지낸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 변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방통위가 완장을 차고 내가 모두 알아서 처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도나 관행이 어떻고 해도 소용없다”면서 “돌아앉은 돌부처인 이명박 대통령에 초점을 확실히 맞춰서 국정기조를 바꾸거나 아니면 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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