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폭행’만 있고 ‘용산참사’ 보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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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폭행’만 있고 ‘용산참사’ 보도는 없다
[기자수첩] KBS ‘기자폭행’ 리포트가 씁쓸한 이유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9.07.14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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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촬영기자가 취재 도중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지난 11일 발생했다. 하지만 KBS는 당일 저녁 〈뉴스9〉에서 이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자사 기자가 집회를 취재하던 도중 경찰의 폭행으로 오른쪽 엄지손가락 인대가 늘어나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KBS는 이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13일 〈뉴스9〉. KBS 촬영기자에 대한 경찰 폭행사건에 대해 KBS가 보도한다. “인권, 언론단체로부터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는 단독 리포트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집회시위에 대한 정당한 보도를 막으려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인권단체의 입장을 비중있게 전했다.

기자폭행만 주목한 KBS … 하지만 KBS에 ‘용산참사 보도’는 없다

▲ 경찰이 지난 11일 KBS 기자를 집단 폭행한 동영상의 한 장면. ⓒKBS뉴스 홈페이지
‘단신’에서 ‘단독 리포트’가 됐으니 별문제 없는 것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핵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KBS는 집회에서 자사 기자가 폭행당했다는 사실은 자세히 보도했으나, 그 집회가 어떤 집회였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KBS 기자가 폭행당하면서까지 취재하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범대위)의 서울역 집회였다. 범대위와 야4당, 4대 종단은 이날 용산 참사 6개월이 되는 오는 20일까지를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수사 기록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반 년이 지나도록 대화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향한 마지막 경고였다.

하지만 KBS는 이를 ‘두 문장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문장 하나는 서울역 집회였고, 다른 하나는 자사 기자가 폭행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비중 있게 다룰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KB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범대위는 희생자들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는 20일로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6개월이 되지만, 그때까지 정부가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냉동고 속 시신들과 함께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은 KBS 〈뉴스9〉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13일 KBS 〈뉴스9〉에선 기자가 폭행당한 사실만 부각됐다.

KBS 기자협회는 기자폭행 못지 않게 자사보도를 비판했어야 했다

그렇다. KBS엔 기자폭행만 있고 ‘용산참사’ 보도는 없었다.

▲ 한겨레 7월13일자 10면.
용산참사 유족들이 사건 발생 6개월 지난 지금,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유족들은  △이명박 대통령 직접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해 왔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더구나 병원 장례식장 사용료만 5억 원 안팎에 이르는 등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1월20일 용산 참사가 일어난 뒤 범대위 쪽과 공식·비공식적인 대화를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KBS는 유족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목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의 대응도 질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용산참사 집회는 물론 각종 집회에서 경찰 폭행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KBS는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KBS는 오로지(!) 자사 기자가 폭행을 당했을 때, 상대적으로 이를 주목했을 뿐이다. ‘경찰폭행’ 리포트를 전하는 KBS 뉴스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김진우)의 성명을 보며 고개가 갸우뚱해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KBS 기협은 13일 성명에서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서 경찰 폭행으로 KBS 촬영기자가 부상을 입는 등 취재진에 대한 경찰의 폭행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의 사과나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 수뇌부의 사과와 폭행당사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경찰의 사과나 진상조사는 기자협회가 당연히 요구해야 할 사안이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KBS 기협은 자사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KBS 기자가 취재하면서 폭행까지 당한 ‘용산참사 집회’였지만, 그 집회에서 유족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그리고 그동안 정부는 사태해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따위는 KBS 리포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KBS 기협은 기자폭행 못지 않게 바로 이 부분을 주목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족들의 절박한 상황이 KBS 기자폭행에 묻힌 셈이 됐다.  

KBS가 이 문제를 소홀히 할 수는 있다. 하지만 KBS 기자협회는 입장이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3자의 시각’에는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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