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이토록 과학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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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이토록 과학적인 순간
[이주연의 영화이야기] 이주연 MBC 아나운서
  • 이주연 MBC 아나운서
  • 승인 2009.07.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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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문스트럭> (Moonstruck, 1987)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일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생물학적인 장단점이 과학적으로 흥미를 유발시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말을 하지만 “그건~ 네 생각이고!” 사랑은 역시 환상이고 착각이며 충동이고 열정이라고 결론 내린다면 사랑은 과연 얼.마.나. 비논리적이며 충동적일까.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겠지만 여기 그중에서도 즉흥적이고 대책 없고 막무가내로는 둘째가라면 섭섭할 지극히 사랑스러운 한 쌍이 있다. 로레타와 로니가 만난 건 로레타가 결혼하기로 한 죠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죠니는 몇 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동생 로니를 결혼식에 초대하기 위해 약혼녀를 대신 보낸 것. 하지만 로니와 로레타는 서로 끌리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이 영화 〈문스트럭〉이 말도 안 되게 즉흥적이고 대책 없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죠니 때문에 손가락이 잘렸다고 생각하는 로니는 죠니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는데 결혼식에 와달라니 화가 난 상태였다. 죠니의 잘못이 아니라는 로레타의 말에 그는 마구 화를 내며 말한다.

“상관 없어! 나는 손도 없고 신부도 없어. 형은 손도 가졌고 신부도 가졌다고!!!” 그러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사람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방안에 함께 있는 로니와 로레타는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이태리 사람들은 다 그런걸까. 대화를 나누는지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지 격해지는 두 사람. 갑자기 식탁을 쓰러뜨린 로니가 뜬금없이 키스를 퍼붓더니 로레타를 번쩍 들어 침대로 데려가는데 이때 로레타의 반응이 더욱 재미있다. “그래요. 상관없어요. 나를 이용해 형에게 복수하세요.” 그리고 그 밤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의 창밖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아, 사랑은 달콤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라. 예전에 로레타의 아빠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오빠는 하늘에 떠있는 집채만 한 보름달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집 밖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그가 하염없이 그녀의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보름달이 뜬 밤은 사랑이 흘러넘치는 밤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 문스트럭(moonstruck:달에 홀린)이 말해주듯이 보름달의 기운이 사람들을 홀려 사랑에 빠뜨린다는 것.

그러므로 로니와 로레타는 조심했어야 했다. 달의 신비로운 기운으로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주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어디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말이다. 로레타와 로니가 다음날 만나 함께 오페라를 보던 그 밤, 바람 피우는 남편 때문에 쓸쓸히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던 엄마가 낯선 남자와 합석했다가 집까지 함께 걸어오던 그 길에 미묘하게 설레는 마음이었을 때도 머리 위에는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있었다.

▲ MBC FM <이주연의 영화음악> 진행자, 이주연 아나운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얼마나 과학적인가 혹은 논리적인가. 뉴욕 하늘에 둥그렇고 크게 떠 있는 달을 바라보던 남편을 보며 “그 달빛에 그 표정의 당신을 보니 마치 25살 청년인 것 같네요”하고 말하는 아내를 보자 갑자기 마법에 걸린 듯 곧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마는 순간은 과연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보름달의 신비스러운 기운은 진실로 사람의 눈을 밝히고 부드러운 동정심의 마음으로 상대를 비춰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앞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얼마나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냐는 말은 다시 바로잡아야겠다. 비록 그대가 여전히 사랑이란 참으로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 한다 해도 결론은 다르지 않다. 힘들고 팍팍한 세상살이에 그래서! 대책 없는 사랑은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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