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KBS 수신료 인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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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KBS 수신료 인상하겠다”
언론법 논란 속 방송공사법 제정 공언…언론가 분열 노림수?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7.14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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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관계법 개정 논란으로 국회가 전운에 휩싸여 있지만 한나라당은 벌써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는 모양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14일 언론관계법 직권처리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방송공사법(공영방송법)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이다.

방송공사법은 지난 2006년 박형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에 뿌리를 둔 법안으로, 언론계에선 6월 국회에서의 언론법 통과와 8~9월 방송문화진흥회·KBS·EBS 이사진 개편, 10월 (가)방송공사법 제정을 정부·여당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KBS와 관련해 (가)방송공사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안에는 KBS 수신료 인상을 포함해 공영방송의 책임성과 위상을 분명히 재정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KBS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의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노사가 경영효율을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휴가를 폐지하며 퇴직금 누진제를 없애는 등 많은 기득권을 버렸는데, 이 같은 자구조치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더 이상 KBS 재원문제를 KBS만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이 진지한 자세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공사법 제정을 통해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 재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방송공사법은 KBS의 광고비율을 낮추고 수신료 인상과 정부 지원 등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담보하되 정부와 여당이 사장 임명, 예산권, 경영 등에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언론계 안팎에서 KBS의 국영방송화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방송공사법의 적용 대상에 MBC가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법안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병국 의원은 그간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MBC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해 왔다. 언론관계법 개정으로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겸영 등을 당장 허용하지 않더라도, MBC가 방송공사법이 강제하는 정부의 개입을 거부할 경우 민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KBS노조가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한나라당이 ‘당근’인양 수신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법 처리를 위해 방송계를 분리통치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언론법이 강행 통과되고 나면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 이전 KBS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을 요구할 것이고, KBS 구성원들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KBS 조직 전체가 수신료 인상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용, 여당이 언론장악의 큰 그림 속에 있던 방송공사법 제정 카드를 미리 꺼내 MBC를 고립시키며 좀 더 쉽게 언론관계법 개정 국면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신료 인상을 포함한 방송공사법 제정 카드가 언론장악 시나리오 현실화의 주춧돌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이날 안 원내대표의 방송공사법 제정 발언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면서 “미디어 환경이 바뀌려면 전반적인 방송·문화 지원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하는데, 이는 국민들의 공감과 여론의 지지를 얻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KBS만 얘기해선 제대로 된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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