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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S의 수신료 현실화 추진을 보며

이병순 KBS 사장은 13일 “3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기록해 방만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국민적 동의를 발판 삼아 하반기에는 수신료 현실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BS측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수입 6338억원, 비용 6000억 원으로 세전이익 338억 흑자를 올렸는데 중계소 등의 부지수용 매각대금을 뺀 순수 사업 손익도 32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KBS가 흑자를 냈다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의 신뢰도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뉴스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취재진이 현장에서 배척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다. 당장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검증에서 KBS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라. 그동안 제작 일선에는 무시로 제작비 삭감 압력이 가해졌고 자의적인 프로그램 개폐가 이루어졌다. 32억 흑자는 그렇게 해서 꿰맞춘 결과다.

원론적으로 수신료의 인상은 필요하다.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확보와 디지털 전환 자금을 위해서 절실하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KBS 수신료 현실화의 조건은 경영상의 수치문제만은 아니다. 수신료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신뢰도 1위라는 KBS의 가치를 저당 잡히고 도모할 일은 더욱 아니다. 흑자 32억 보고 누가 감동을 받았다고 ‘국민적 동의’를 감히 운위하는가.

이병순 사장의 발언이 나오자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14일 한나라당은 KBS 수신료 현실화를 포함한 방송공사법을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KBS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의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KBS 재원문제를 한나라당이 진지한 자세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여당으로서는 이병순 체제의 KBS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다.

수신료 인상은 KBS의 신뢰도 제고와 함께 뼈를 깎는 경영합리화 노력을 시청자들에게 겸손하게 설득함으로써 경주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미구에 범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신료 인상 추진이 이병순 사장의 연임을 겨냥한 포석이라는데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여기에 동조한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폐일언하고 수신료 인상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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