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명분싸움만 남은 언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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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내 손을 떠났다”…국회의장, 23~24일께 직권상정 전망

직권상정을 둘러싼 명분싸움만 남은 모양새다. 6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인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태도가 그렇다. 특히 여당은 상임위에서 각 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대체토론을 예정한 직후,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키로 결의해 야당들로부터 “이중 플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 결의대로 14일 오후 2시 30분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아 “미디어법 등의 현안을 원만히 풀기 위해 민주당·선진창조의모임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김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언론관계법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운영 자체가 안 되고 있다. 회의도 열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상임위에서의 통과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직권상정의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요구에 김 의장은 공개된 자리에서의 즉답은 피했으나 이미 지난 13일 여야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한나라당이 14일 국회의장에게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하면서 이날 오후 언론관계법 대체토론이 예정됐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민주당의 회의장 출입구 봉쇄로 무산, 여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민주당 간사 전병헌 의원이 간사협의를 위해 이동하면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 주변에선 여당이 상임위에서의 논의는 생각도 않고 있으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여당·자유선진당) 보고서와 선진당 측 법안을 반영, 신문·방송 겸영 시기와 신문·대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방송 지분율 일부를 조정하는 대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시, 적당한 시점에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등장시켜 직권상정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다만 김 의장은 15일 본회의에선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강행하진 않을 전망이다. 김 의장은 14일 이강래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15일 본회의에선 여야가 합의한 사안만 다룰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권상정을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안상수 원내대표를 설득해 달라”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YTN에 따르면 김 의장은 15일 방송 예정인 <YTN 초대석>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까지 여야 협상 내용을 지켜보고 언론관계법 직권상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임시국회 종료일에 임박한 이달 23~24일께 직권상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충돌은 15일 본회의 직후부터 벌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하자 민주당이 본회의 직후 회의장을 점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민주당의 점거 가능성을 우려한 한나라당이 먼저 점거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일 본회의 직후 여야 의원들이 자리를 못 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빨리 털고 일어나면 지는 것”이라며 자리를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문방위 전체회의도 파행을 빚었다. 지난 13일 오후 여야 3당 간사들은 회동을 진행하고 14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 결과를 보고 오후 2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회담이 열리기도 전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 문방위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토론을 하기로 상임위에서 합의해 놓고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다니, 결국 직권상정 명분쌓기용 회의를 하겠다는 게 아닌가. 악수하자면서 뺨 때리는 격”이라며 “안상수 원내대표가 직권상정을 요구하지 않거나 김형오 의장이 여야의 충분한 논의를 보장,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이렇게 논의를 막으니 안상수 원내대표가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게 아니냐”며 “시한도 정할 수 없고 표결처리도 안 된다는 민주당이야말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결국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여야 간사협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임위에서의 법안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 측 문방위 간사인 이용경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달 24일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논의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양당이 접점을 찾고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선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상임위에서 논의를 이미 포기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의사일정 합의 요구에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제는 너무 늦었다. 내 손을 떠났다’며 합의를 거부하고 일어섰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오더에 의해 움직이는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자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가 법안에 대한 논의는 없이 직권상정에 대한 논란만 거듭하자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 등 방송·언론계는 추이를 지켜보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상재 위원장은 “우선 지난 13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언론관계법 저지 촛불문화제를 16일까지 계속하고 19일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며, 법안 처리 움직임이 드러나는 즉시 파업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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