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권·우파인사, 공영방송 이사 ‘대거’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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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영진 물갈이” 기세등등 … MBC노조 “문제성 인사, 주시할 것”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 이사 후보자 공모 마감을 앞두고 벌써부터 친여권 인사들의 사전 이사 내정설이 떠돌고 있다. 특히 이번 방문진, KBS 이사직에는 뉴라이트 계열 등 우파인사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이 ‘엄기영 사장 해임’ 등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어 이사 선임 과정에서 큰 충돌이 예상된다.

현재 차기 방문진 이사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 추천 위원장을 지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와 역시 여당측 위원이었던 변희재 〈빅뉴스〉 대표, 지난달 30일 정년퇴임한 정수채 전 MBC 선임자노조 위원장 등이 있다. 이들과 함께 MBC 전직 고위 인사, 모 변호사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 미디어행동이 지난 9일 서울 태평로 방통위 사옥 앞에서 ‘공영방송 장악 대규모 낙하산 이사 선임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PD저널
이 가운데 김우룡 교수는 벌써부터 방문진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우룡 교수는 13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아직 공모도 끝나지 않았고 내가 신청을 하지 않아서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이 새로 구성되는 것을 계기로 MBC를 반석 위에 올려야 한다”는 의중을 밝히기도 했다.

변희재 대표는 최근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주간 〈미디어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방문진 이사직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엄기영 사장 해임’ 등에 대해 거침없는 주장을 폈다. 변 대표는 “그간 방문진이 대주주로서 아무런 권한 행사를 하지 않고 MBC 내 노조에게 MBC를 통째로 넘겨버렸다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새 방문진 이사회는 기존 방문진 이사회의 직무유기부터 감사하고, 편법적으로 임명된 현 MBC 본부장급 이사들을 모두 해임시켜 새로운 MBC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실크로드CEO포럼에서 올해 방문진, KBS, EBS 이사직에 대거 지원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김민준 실크로드CEO포럼 이사 겸 베스트앤퍼스트 대표는 역시 미디어워치와의 인터뷰에서 KBS 이사 지원을 공언하며 “KBS의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여 광고수입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공정언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들의 이사직 도전도 줄을 잇고 있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본 연합은 가장 원칙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들을 방문진에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임 방문진 이사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엄기영 사장 임명 후 그가 추천한 MBC 각 본부장들을 모두 이사직과 감사직에서 해임시킨 뒤, 역시 원칙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들을 MBC 이사직에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방문진과 KBS 이사직을 노리는 친여권·우파인사들이 경영진 교체 등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사회 장악을 통해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물론, 국장 및 부장급 인사까지 정권이 속속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방통위-이사회-사장으로 이어지는 인사권 핫라인이 개설됐다”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성은 과거 방송위 시절보다 훨씬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정권이 MBC를 통제하려는 정치적 미션을 방문진 이사에 부여할 것이 분명하고, 이사직에 300여명이 거론될 만큼 줄을 선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인사가 선임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디어법 투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방문진 이사회 관련 싸움에 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본부는 “문제성 인사가 지원한다면 선임이 확정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방통위가 방문진 출범 이후 처음으로 MBC 노사의 방문진 이사 추천권을 없애 논란이 된 가운데, MBC 노조와 사측이 각각 별도로 이사 추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MBC본부는 공식적으로는 “노조의 추천은 없다”고 밝혔지만, 비공식적으로 후보자 추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MBC 사측 또한 복수의 인사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과 KBS 이사 후보자 공모는 오는 16일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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