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방송 이사 추천위’ 왜 안 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하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국민위원회’ 구성을 제기해 왔다. 기실 ‘이사 추천 위원회’와 같은 방식은 여론수렴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덕성과 전문성이 검증되고 걸러지는 것이다. 지나간 두 차례의 민주적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기존 법과 제도가 확보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곤 했다.

그러나 현 정권은 본질이 다르다. 뇌리에도 선연한 고소영, 강부자 인사에서 알 수 있듯 정권창출에 기여한 자기 세력에 대한 보상을 하느라 혹은 반대 진영에 대한 싹수자르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EBS 사장ㆍ부사장과 감사, 방문진 감사까지 합치면 방통위가 선임할 수 있는 공영방송 임원의 숫자가 33명에 이른다고 한다. 간만에 전리품의 포식을 앞둔 그들이 염치를 차릴 것을 바라기는 무리다.

마침내 미디어행동은 “‘공영방송 이사 국민 추천위원회’ 구성은 때가 늦지 않았다”면서 공영방송 이사 자격 기준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이들이 제기한 공영방송 이사의 첫 번째 자격으로는 “방송의 공공성 정신을 담고 있는 방송법 1조에 입각한 인물”이다. 이들은 또 정치권력 및 상업주의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대표성, 전문성, 도덕성 등을 제시했다. 미디어행동의 제안은 충분히 보편 타당하고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방통위는 필경 이런 제안을 물리치고 밀실에서 논공행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존중되어온 방문진의 MBC 추천 사례도 무시하고 지난해 KBS 이사 갈아끼우기와 같은 방식으로 치달을 것이 예상된다. 들리는 소문에 공영방송 이사를 노리는 인사들 중 어떤 이는 “(이사가 되면) 4대 보험 혜택이 있느냐?”고 물어오는 이도 있다고 한다. 그저 자리나 챙기려는 식객이나 정치꾼들이 공영방송 이사진에 포진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