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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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18) tbs ‘이홍렬의 라디오쇼’ DJ 이홍렬

어디 숨어 있었나 했다. 케이블TV에서 재방송 중인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제외하면 한동안 TV에서 얼굴을 볼 수 없던 그였다. 알고 보니, 서울 남산 자락에서 라디오 DJ로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데뷔 30년, 나이는 50대 중반을 넘어 60대를 향해 가는데 그의 입은 좀처럼 늙지 않는 듯 했다.

‘뺑코’ 이홍렬은 지난 3월부터 tbs FM(95.1㎒) 〈이홍렬의 라디오쇼〉(월~금 오전 10시 5분~11시 50분)를 진행 중이다. 1979년 TBC 라디오 〈가요대행진〉으로 방송에 데뷔했으니, 데뷔 30주년이 되는 올해 다시 라디오에 돌아온 셈이다.

끝이라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 tbs

그에게 〈라디오쇼〉는 의미가 남다르다. 방송 인생이 끝이라고 낙심할 무렵, 새로운 시작을 선물해준 프로그램인 까닭이다.

그는 지난해 KBS의 긴축재정에 의한 외부 MC 교체 방침에 따라 〈체험 삶의 현장〉 MC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유로 EBS와 케이블TV 등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들도 손을 놓았다. “나도 역시 끝인가” 심각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안식년이라고 생각하라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그렇게 혼자 떠난 여행에서 tbs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아직 끝이 아니구나, 열심히 할 기회를 주는구나 싶었다”고 당시 소회를 전했다.

▲ tbs '라디오쇼'의 DJ 이홍렬 ⓒPD저널
“개그맨을 30년 했는데 뭐가 남았지?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가수는 노래가,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가 남잖아요. 그게 부러웠어요. 아쉬운 게 내 라디오 방송 하나 끌고 올 걸 싶더군요.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tbs에 고마워서라도 오래 하고 싶어요. tbs가 나를 자르지 않는 한 그만 둘 일은 없을 겁니다.(웃음)”

“데뷔 3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그의 〈라디오쇼〉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매일 방송 한 시간 전에는 스튜디오에 도착하고, 방송이 끝난 뒤엔 거의 제작진과 함께 돼지국밥을 먹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디어도 곧잘 내놓는다. 〈라디오쇼〉 제목을 직접 지은 것은 물론, 그의 아이디어로 1~2주에 한 번씩 청취자들에게 밥을 ‘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연지곤지’ 코너에 부모님의 연애이야기를 올리면 그 중 사연을 뽑아 그가 운영 중인 홍대 앞 햄버거 가게에서 식사를 대접하는 식이다. 제작진은 “DJ가 직접 밥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를 한껏 추켜세운다.

매일 토크쇼로 진행되는 2부는 그의 달변과 재치 있는 말솜씨가 장기를 발하는 시간이다. 90년대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이홍렬쇼〉의 ‘라디오버전’인 셈이다. 연예인은 물론, 전직 야구선수, 병원장 등 다양한 인물들이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홍렬은 제작진에게 연예인만 섭외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이홍렬이 인터뷰하면 다르다”는 자신감이다. “어떻게 하면 인터뷰를 편하게 할 수 있는지 압니다. 예전에 〈이홍렬쇼〉를 할 때 한석규 씨가 나왔는데, 물어보지 말라던 질문에도 어느 순간부터 술술 얘기를 하더군요. 그때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법을 알게 됐죠.”

남과 비교하기 보다 내가 즐거운 일 하는게 행복

무엇보다 그는 ‘웃기는’ 사람이다. 라디오 DJ를 하고, 개인 사업도 하고 있지만 그는 “웃기는 게 내 직업이고, 개그맨은 늘 웃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쉴 새 없이 주위 사람들을 웃겼다.

그런 입담을 왜 요즘 TV에선 볼 수 없을까. 그는 “요즘 방송 코드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는 막말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남을 까면서 웃기지 않거든요. 그래서 게스트로 나가는 것도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TV에서 그가 자주 안 보인다는 이유로 “요즘 뭐 하며 사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한창 활동 중인 최양락, 이봉원 같은 후배 개그맨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는 “최양락은 TV를 8년을 쉬고, 나는 미국이랑 일본 갔을 때 빼고는 계속 했는데…”라며 내심 섭섭한 기색도 내비친다. 하지만 결코 주눅이 들진 않는다.

“누구랑 비교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돼요. 요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차 몰고 방송 하러 오는 길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게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인덕을 물려주신 것 같아요. PD 복도 있고, 작가 복도 있고. 네 달 동안 얼마나 즐겁게 지냈는지 몰라요.”

“즐거운 것을 하는 게 좋다”는 그는 스스로 목표까지 세워뒀다. “첫 번째 목표는 〈라디오쇼〉가 자체 1위를 하는 거예요. 오전 10시대가 다른 시간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광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음식이 맛있으면 광고 전단을 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오거든요. 라디오로 시작했으니, 라디오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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