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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디어법 국면에서 몇 사람의 언행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중 압권은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연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디어법에 반대할 것을 공개리에 밝혔다. 집권 여당이 당리당략으로 의원들을 닭몰듯 할 때 그녀는 분연히 나서 여야 합의를 강조함으로써 여권은 돌연 난기류에 휩싸였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코멘트는 데자비를 환기시킨다. 지난 1월초 그녀는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다"고 언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의 발언 이후 여당의 미디어법 공세는 현저히 위축되었다. 이번에도 일견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언표가 어떤 의도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유착 조짐, 친박계 의원 빼가기 등의 국면에서 친이계의 주도로 미디어법이 통과될 경우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정세분석이 오가고 있다. 정치공학적 접근보다 여야 합의를 강조한 발언의 진정성을 주목하고자 한다.

한편 김형오 의장은 그의 홈페이지에서 "(미디어법은) 이른바 '조·중·동' 보수 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이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고, 이 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다"라고 언명했다고 한다. 이는 여권이 그동안 일자리 창출이니 여론독과점이니 했던 미디어법의 명분이 모두 교언, 허언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가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이는 적나라한 자기분열에 다름 아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 주요한 위치에 있는 이가 취한 발언과 행동은 모두 기록에 남는다. 당면한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하든 그것은 자유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정치인의 행적은 낱낱이 기록되어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빠뜨리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 혼탁한 미디어법 국면의 귀추를 끝까지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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