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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지난 20일 인권단체의 시위 와중에 가까스로 취임식을 했다. 전임 위원장의 사퇴 이후 후임 인사를 모두 주시했으나 대통령은 이른바 ‘듣보잡’에 해당될 인사를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렇다 할 인권 현장 경력도, 인권 연구 실적도 내세울 게 없어 보이는 그는 곧 논문 표절과 친일 내력 시비에 휘말렸다. 무엇보다 인권 감수성의 부재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인사가 되었다.

현 정권은 인수위 시절부터 인권위를 못마땅해 하더니 촛불시위를 지나면서 가히 혐오의 단계로 들어섰다. 곧장 인권위의 기구와 인원을 대폭 축소시켰다. 안경환 전 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한 번도 못하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위는 유엔의 권고로 창설되었다. 인권위의 탄생은 우리 사회의 성숙과 민주화에 부응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정권은 인권위를 용납할 만한 그릇이 못 된다.

통일부 폐지를 주장한 이가 통일부 장관이 되고, 과거사위 활동을 비판하는 이가 과거사 위원이 되는 시대가 바로 MB 정부다. 그런 마당에 인권위 해체를 주장하는 인사들 중에서 인권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가. 현위원장의 행보는 두고 볼 일이나 필경 임명권자의 의도에 충실해 인권위를 ‘조용한 인권위’, '무능한 인권위'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 전 우리는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하는 광경을 거의 생방송으로 보아야만 했다. 그가 물러날 때 ‘(그런 하자가 있다면) 응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었다. 신임 인권위원장에게는 이런 말이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거취만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은 성현의 오랜 가르침 중의 하나다.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이사회 교체를 앞둔 방송가에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들 중에는 천성관, 현병철과 같은 파문과 구설이 따르지 않을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 정권에 그런 분별력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공영방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무관한 이들이 자리 욕심에 함부로 나댈까봐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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