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비디오, 짧은 것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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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비디오, 짧은 것이 좋은 것이다?
  • LA=이국배 통신원
  • 승인 2009.07.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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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웹 캐스팅’(Web-Casting)에 국한하자면, 우리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은 언제나 때 늦은 논의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이뤄지는 해당분야의 방향과 흐름을 간과하기 힘든 것은 결국 그 흐름의 대세를 미국의 거대자본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유튜브(YouTube)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초고속 인터넷 전용망의 설비 수준이나 그 이용에 있어서 우리나라나 일본에 크게 뒤져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 같은 경향은 유지될 것이다.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을 만큼 드넓은 영토와 이로 인한 인구의 낮은 밀집도,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둔감성(?) 혹은 소신, 국가주도형 산업의 상대적 부재 등이 그 원인이다.

▲ 지난 7월 6일 <뉴욕타임즈>는 최근 미국에서 웹 비디오의 생산과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분 클립’이라는 과거의 웹 비디오 포맷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7월 6일자)는 최근 미국에서 웹 비디오의 생산과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분 클립’이라는 과거의 웹 비디오 포맷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웹 비디오가 가졌던 황금률, 즉 ‘짧은 것일수록 좋은 것이라는 법칙(the shorter-is-better rule)’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동력은 인터넷 관련 전용망과 서버의 기술적인 발전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불법 사이트이든 아니든, 이미 영화나 그 길이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다운 받아 보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에게는 이 같은 기사를 접할 때면,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시간적 괴리마저 들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의 ‘길이’라는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내용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월드 와이드 웹이 수년 전까지 ‘월드 와이드 웨이팅(World-Wide-Waiting)’일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짧은 것일수록 좋은 콘텐츠’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2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했고, 웹 비디오의 주된 콘텐츠는 2분 내외의 필러(filler)형식의 제작물이거나 단시간에 승부를 내는 코미디 물이 단연 대세를 이루었다.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story-telling)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찰나적 반전과 강한 인상이 콘텐츠의 생명일 수 있었다.

콘텐츠의 이러한 경향은 콘텐츠 수용자의 인식과 경향 역시 변화시키고 있다는 믿음을 제작자들 간에도 팽배하도록 만들어, 앞으로의 젊은 세대는 특정한 콘텐츠에 대해 아무리 길게 잡아도 ‘3분 이상’을 주목하지 않을 것이라는-어떻게 보면 전문적 차원에서 마땅한 근거는 없는-선입견을 확산시킨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젊은 세대는 ‘산만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집중력’이 있다고 믿는 세대가 매우 ‘산만하게’ 믿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웹 관련 조사기관 컴 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약 1억 5천만 명으로, 이들은 한 달에 약 145억 개의 웹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어서 1인당 평균 97개의 웹비디오를 매달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온라인 비디오의 광고 시장규모는 2011년이면 1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 달 동안 한 사람이 보는 97개의 웹 비디오 콘텐츠의 각각의 길이가 매달 몇 분씩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 2년 전보다는 평균 3~4분이 길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 관련 기술의 발달에 기인한다.

▲ LA=이국배 통신원/ 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890년대 처음으로 영사기가 발명됐을 때, 그것에 담을 수 있는 콘텐츠의 길이가 겨우 30초였다는 사실이다. 그 후 100년 이상이 지나 인간이 향유하는 영상 콘텐츠의 길이가 다시 짧아졌지만, 그것만이 영원하고 유일한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영상의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는 ‘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였다.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2시간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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