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BS 앵커’ 라디오대담 안팎 비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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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BS 앵커’ 라디오대담 안팎 비판 잇따라
기자·PD·시민단체 성토 … "핵심 쟁점 비켜간 대통령 일방홍보 여전"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7.28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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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앵커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지난 27일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해 KBS 안팎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KBS는 이날 라디오 주례 연설 20회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과 민경욱 앵커와의 대담 형식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KBS 기자, PD들과 시민단체는 “대담 형식을 취했지만 대통령의 일방적인 홍보는 여전했다”며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민경욱 KBS 앵커와 대담형식으로 주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청와대
KBS 보도본부의 한 기자는 내부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린 글에서 “쌍방통행의 형식을 보여주려 했지만 콘텐츠는 여전히 일방통행이었고, KBS는 좋은 들러리”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법에 대한 민경욱 앵커의 질문을 문제 삼았다.

대담에서 민 앵커는 “그동안 논란이 심했던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절차의 적법성을 가지고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만 (중략) 이 기회에 대통령께서 갖고 계신 우리 언론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물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기자는 “대통령이 대답하기 곤란한 미디어법의 처리 절차를 물은 게 아니라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식”이었다며 비판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라디오 특별대담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본말이 전도된 발언은 결국 본말이 전도된 KBS의 질문 때문”이라며 “기자가 그런 식으로 물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27일 논평을 내 “이날 라디오 연설은 특별 대담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사회자는 국민적 관심에는 아랑곳없이 핵심 쟁점은 질문조차 하지 않고 변명의 기회만 주는 질문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소통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는데 KBS 라디오 연설은 대통령에게 미디어악법에 대한 일방적 홍보기회를 내줬다”면서 “이쯤 되면 KBS가 한국정책방송과 다른 게 뭔가. KBS는 언제까지 국정홍보방송만 할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동안 대통령 주례연설을 형식 변경을 요구해온 KBS 라디오 PD들도 대담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같은날 발표한 성명에서 “사회자는 미리 준비한 질문을 앵무새처럼 읽고, 대통령 역시 사전에 준비된 답변을 하는데 그쳤다”며 “오히려 시간만 늘려 대통령 자신의 홍보에 더 많은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KBS 라디오 PD들은 “지난 9개월여의 외로운 투쟁에 대한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오늘 방송을 주목하지만, 방송을 통해 나타난 포맷 변경은 또 다른 국민기만”이라며 “사측은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 주례연설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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