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체제 ‘부당징계’ 계속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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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체제 ‘부당징계’ 계속할건가”
KBS, ‘아고라’에 대통령 비판한 직원 징계회부 논란 … 내부비판 잇따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8.06 11: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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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자사 직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정부 비판글까지 징계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 사내게시판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부당 징계’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등 내부 여론도 들끓고 있다.

KBS 김제송신소에 근무하는 황보영근 씨는 지난 3일 자신의 징계를 심의하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했다. 사측이 내세운 징계사유는 ‘정부기관과 대통령을 폄하하는 표현으로 공사 직원의 품위를 손상한 것’과 ‘해사행위’, ‘직무상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것’ 등이었다.

▲ ⓒKBS
사측은 황보 씨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와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올린 글들을 문제삼았다. 그는 지난 2월 ‘아고라’에 자신의 아이디로 <KBS 사원행동-노조는 죽고 싶지 않으면 총파업투표를 시행하라>는 글을 올렸고, 직접 단 댓글에서 “쥐새끼 닮은, 그 수준이 공사판 십장에 딱 맞는 놈이 대통령이 되고, 빙순새끼가 사장되고, 무뇌아 놈이 KBS 노조위원장 되다 보니.....”라는 표현을 썼다.

황보영근 씨는 또 지난 5월 사내게시판에 올린 <엄정한 시대 우리 KBS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이명박 독재정권’, ‘이미 권력의 주구가 되어버린 검찰’ 등의 표현을 쓰며 정권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 사장 교체시기에 ‘아고라’ 게시물에 단 댓글과 지난 7월 사내게시판에 올린 <펌-KBS수신료 거부 길라잡이>도 ‘해사행위’로 간주돼 징계 사유가 됐다.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까지 징계사유? 명백한 표현의 자유 억압”

이에 대해 황보 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KBS 직원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올린 글을 대상으로 징계에 회부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며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기관을 폄하했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취임 이래 국민 의사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강압정치를 펼쳐 이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반 시민들로부터 ‘문민독재’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고, 검찰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벌여 애국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며 “폄하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황보영근 씨는 “대통령이나 이병순 사장, 노조위원장에 대해 거친 표현을 쓴 것은 맞지만,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비판”이라면서 “인터넷 토론 사이트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정상적인 방식으로 유통되고 소통되는 곳이다. 대통령이나 노조위원장이 공인이라면 이 정도 수준의 비난은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보 씨는 또 ‘수신료 거부운동’ 관련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린 것이 ‘해사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인터넷에 공공연하게 유포된 내용을 퍼온 것인데 본인이 작성한 것처럼 표현한 징계 사유는 사실과 다르다”며 “(게시 이유는) 수신료 거부 정서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리고, 원인에 대한 토론과 반성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 씨는 송신소장에 대한 항명 등 ‘직장규율을 문란케 했다’는 징계사유와 관련 “사실관계가 잘못된 매우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병순 사장 취임후 징계 잦아” … “찍소리 말라는 엄포”

황보영근 씨의 징계 회부 사실이 알려지자 KBS 사내게시판에는 이번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도영 전 KBS 경영협회장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으로 ‘허위사실 유포죄’의 정당성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면서 “마찬가지로 이번 KBS의 징계사유는 인사위원회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조항으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과잉금지원칙을 침해하여 포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법적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조항은 실제로 적용된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반복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황보영근 사원의 징계 시도 역시 KBS 경영진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비상식과 부당함의 연속선상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성재호 KBS 노조 중앙위원(보도국)은 “인터넷 상에 남긴 글까지 샅샅이 조사해 사규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감시하는 것은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아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교양제작국의 한 PD는 “황보 선배에 대한 징계의 칼날은 실질적으로 KBS 사원 모두에게 겨눠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찍소리 하지도 말라는 엄포”라고 꼬집었다.

KBS 노조 본사 중앙위원들도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징계가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 기제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에 대해 무차별적인 징벌이 앞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노조 “징계로 질서 잡겠다? 군사주의 정권에나 나올 법한 발상”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도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영방송 KBS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언로를 막는 어떤 시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측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는 우를 범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징계가 잦은데다 수위가 도를 넘는 것 또한 우려하는 대목”이라며 “고강도 징계를 통해 질서를 잡겠다는 경영철학은 군사권위주의 정권시절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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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품팔이 2009-08-06 15:16:30
사내답게 그냥 징계받아라.
징계가 겁나서 징징 짜고 무슨 헌법상 개인의 자유고 나발이고 떠들지말고.
징계에 대한 그런 각오없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
회사 짤리고 그만두면 까고 싶은대로 깔수도 있는데 구차스럽게 그러지 마라.
군사주의시절로 돌아간다고 하면서 그 회사에 빌어먹을 일이 뭐있냐.
구차스럽게 그러지 말고 징계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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