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방문진’ MBC ‘손보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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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임명장 받았지만 말바꾸기·부실연구 등 자질논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7일 오전 8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사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언론·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사 선임 기준과 관련한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급기야 이민웅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 공동대표를 통해 ‘밀실 내정’ 의혹이 실체를 드러냈으나, 방통위는 끝내 예정대로 임명 절차를 진행했다.

8기 방문진 이사회는 오는 10일게 첫 회의를 열어 이사장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사장은 이사들 간의 호선으로 선출되지만, 이민웅 공동대표의 ‘증언’대로 김우룡 이사가 이사장으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 이사는 9명의 방문진 이사 가운데 67세로 가장 연장자이다.

▲ 뉴라이트·친여 일색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신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7일 오전 서울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임명장을 받기 전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최홍재 이사 “방송사쪽으로 갈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더니…

8기 방문진은 이사 9명과 감사 1명 등 총 10명으로 꾸려졌다. 이 중 무려 4명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그것도 여당 추천 위원 출신이다. 김우룡 이사를 비롯해 문재완, 최홍재 이사 그리고 감사로 선임된 김영 전 부산MBC 사장 등이 그들이다.

미디어위의 활동이 끝나갈 무렵인 지난 5월 미디어위 내부에선 위원들이 방문진, KBS 이사 등 언론관련 임용직에 진출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당 추천 위원이었던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미디어위 위원들이 활동 종료 이후 1년간 언론관련 임용직에 진출하지 말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 대부분은 찬성했다. 반면 여당 추천 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는 양 총장의 제안을 무시하거나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고, 반대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동의의 뜻을 나타낸 인사가 있었다. 바로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최홍재 이사다. 지난 5월 11일 〈미디어스〉가 보도한 ‘언론관련 임용직 안 맡으시겠습니까?’ 기사에 따르면 최 이사는 당시 “방송사 쪽으로 갈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면서 “제의가 들어오더라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이사는 자천이든 타천이든 방문진 이사 공모에 응했고, 이사로 선임되자마자 MBC에 대한 입장을 천명하고 다녔다.

여당 추천 미디어위원을 지낸 김영 감사(전 부산MBC 사장)도 당시 “일부 위원이 미디어위활동이 끝난 후 언론관련 임명직에 진출할 것이라는 외부의 의혹은 일방적인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미디어위원 임기가 끝나고 얼마 뒤 방문진 감사에 임명됐다.

▲ 신임 방문진 이사인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이 최시중 방통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보수성향 이사들 ‘PD수첩’ ‘뉴스데스크’ 손보겠다?

뉴라이트 계열을 포함해 일부 친여 성향 이사들의 과거 경력과 발언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측히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등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프로그램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반드시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홍재 이사는 자신이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공정언론시민연대에서 수차례 칼럼을 통해 MBC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등을 ‘편파 보도’라며 비판하고, 신문·방송 겸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지난 1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MBC 내부에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조사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말해 보도에 대한 관여와 경영진 문책 등을 시사했다.

차기환 이사도 같은 인터뷰에서 “MBC의 보도, 특히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경우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루 신뢰를 받는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보도의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가 민영화 주장?…김우룡 ‘부실연구’도 도마에

또 일부 이사들은 ‘MBC 민영화’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최홍재 이사는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연내 MBC 민영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 MBC 노조로부터 자진 사퇴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김우룡 이사도 오래 전부터 민영화를 주장해온 인사다. 김 이사는 지난해 7월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로 열린 ‘MBC 위상정립 방안’ 토론회에서 MBC의 단계적인 민영화론을 주장했다. 지역 방송사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인수토록 한 다음, 방문진의 100% 지분 가운데 70%를 국민개주제와 종업원 지주제로 전환토록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주장이었다.

MBC노조는 “정권과 가까운 보수계 인사들이 MBC 민영화를 주장해오긴 했지만 김우룡 교수처럼 구체적 방법까지 내놓으며 주장하는 경우는 이제껏 없었다”며 “이 때문에 방문진 이사 선임 이전부터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내정설’이 나온 것은 이 같은 MBC 민영화 소신이 정권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김우룡 이사를 “학자라기보다 자리보전에 연연해온 정치꾼”으로 규정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92년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과정 중,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방문진이 의뢰한 수건의 연구용역 결과물이 부실하다며 감사원은 연구비 회수를 명령했다. 액수는 당시로선 꽤나 큰 2천 여 만원에 달했는데, 바로 이 연구들을 김우룡 교수가 맡았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방문진 이사가 방문진 감사에서 부실 연구자로 낙인찍혔으니 학자적 양심이 있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자진 사퇴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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