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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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주목! 이 주의 책]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 등
  • PD저널
  • 승인 2009.08.0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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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인맥’ (나카타 야스히코, 한승동 옮김/시대의 창)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나카타 야스히코, 한승동 옮김/시대의 창)은 세계의 정치, 경제, 금융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의 최근 동향에 대해 소개하고 해설한 책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음모론을 신봉하거나 인기 미드 <X파일> 팬이라면 솔깃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
하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은 기업이나 조직, 단체 등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국내조직, 다국적 조직, 그리고 국가를 넘나들며 부침하는 살아있는 엘리트들의 움직임까지 포착한, 지극히 ‘현실적인’ 책이다. 단순한(?) 음모론 책이 아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보통 유명 정치인이나 재계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이 주목한 건 인물이 아닌 인물의 이면에 있는 관계망이다. 저자는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조건으로 부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인맥을 꼽았다.

저자는 이들이 전화 한 통화로 다른 주요 인물들과 연락할 수 있는 배경에 네트워크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이 같은 인맥을 바탕으로 다국적 자본의 기업 활동을 리드할 수 있고 때로는 정치가나 국가지도자와도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들의 네트워크 그물망이 무서운 이유는,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자와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의 ‘정보격차’를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네트워크로 공유되는 정보야말로 진짜 가치 있는, 세계를 움직일 만한 정보다. 이것이 권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상상이 안 가는 세계지만 이들에겐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저자는 국가 대 국가, 조직 대 조직이 합리적이고 절차적인 협상을 통해 규칙을 만들어 그것에 따르면서 굴러가기만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보통사람들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인맥도가 전적으로 세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세계정세의 또 다른 현실적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싶다.

‘뉴라이트 사용후기’ (한윤형 / 개마고원)

MB정부 이후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어디일까. 많은 곳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뉴라이트일 것이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다. 총 14장으로 이뤄진 책에서 저자는 장별로 뉴라이트 역사관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 '뉴라이트 사용후기'
이 책이 특징적인 건, 뉴라이트를 비판하면서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들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뉴라이트를 인신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던진다.  다시 말해, 반일 감정에 편승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나 하는 일이지 역사학자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술논쟁 뒤에 숨어 있는 대중의 정치적 욕망과 이에 편승하는 지식인을 보면서, 저자는 자신이 아마추어에 불과하지만 이 논쟁에 뛰어들 결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뉴라이트 사용후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뉴라이트 비판이지만 그 방법과 시각은 탈민족주의적이다. 즉 ‘탈민족주의 관점에서 뉴라이트를 비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이 책의 핵심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다문화 사회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과거의 역사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노무현 이후 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 (김대호 / 한걸음 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현대정치사의 비극적 사건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이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시대를 말하고 있지만 방점을 찍은 건 그 이후다. 특히 저자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를 비판하면서 한국 사회를 바로 보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 '노무현 이후 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
저자인 김대호 소장은 한국 사회를 노동과 자본의 대립 구도로 파악하고, 노동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의 프레임을 비판한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를 좌파와 우파의 대립 구도, 또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대립 구도로 파악하는 보수진영의 인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저자는 ‘가치생산 생태계’, ‘사회적 동기부여 체계’, ‘공정과 공평’, ‘과소시장과 과잉시장의 상호의존 모델’ 등을 한국 사회를 바로 보기 위한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큰 폭의 적자 재정이 예상되는데도 상층 소수가 혜택을 보는 감세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동시에 토건족 또는 재벌 및 대기업이 대부분의 혜택을 보는 재정배분 계획 또한 여론과 상관없이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저자는 이런 마당에 진보세력이 큰 폭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복지재정을 대폭 늘리고, 공공부문을 유지·확대하자는 것은 객관적으로는 반동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발전 국가, 개발 독재의 유산과 사회민주주의가 이종 교배하면 재정을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불가사리 같은 괴물을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그리는 국가 비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도전이 장려되는 나라다. 또한 공정한 경쟁과 공평한 보상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나라다. 영남과 호남을 뛰어넘고,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고, 성장과 통합을 상생 결합하고, 임박한 기후·환경·에너지·자원 위기와 북한 위기를 효과적으로 타개해나가는 중도의 길이 진정한 진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여론조작 위기의 시대’ (이시카와 사카에 지음, 이연 김경환 정수영 공역 / 이담북스)

<여론조작 위기의 시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언론과 방송에 의해 여론이 어떻게 조작되고 왜곡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론은 어디에서 시작되며, 미디어의 논조는 어떤 변화 과정을 거치는 지 그리고 미디어의 행동원리와 심사숙고에 의한 복원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했다.

▲ '여론조작 위기의 시대'
저자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건 여론이 변화하는 속도다. 지난 2003년 자위대 파병을 둘러싼 여론에서 반대 여론이 월등히 앞서고 있었지만, 2004년 조사에선 찬반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저자는 묻는다. 여론은 왜 이처럼 간단히 변하는 것인가?

저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천천히 고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사회 집단이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 사회가 건전하다면 이런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저자는 매일 접촉하고 있는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받아들이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여론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패로팅(Parroting)이라고 정의하면서 ‘패로팅’이 증가하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논조 변화와 더불어 ‘여론’ 또한 간단히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가 여론을 만들고 그 여론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여론조작 문제를 주목했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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