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개정 효력 논란에도 조·중·동 방송 고삐 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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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개정 효력 논란에도 조·중·동 방송 고삐 죄기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민영화 수순 밟기…야당·언론계 지각 대응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8.11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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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여권의 시선은 이미 언론법 개정 그 후에 닿아 있는 듯 보인다. 현재의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구조를 ‘1공영·다(多)민영’ 체제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일련의 작업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징후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언론법 재투표·부정투표 논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없이 지난 6일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법적 다툼이 종결된 후 시행령을 마련하면 범법이라도 되냐”(이경자), “헌재의 결론이 나온 이후 논의하는 게 맞다”(이병기)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발은 가볍게 무시됐다. 여당·정부추천 위원들은 항의성 퇴장을 하는 야당추천 위원들에게 “안녕히 가시라”고 응수하며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그대로 진행했다.

방통위는 이날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에서 지상파 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서로 33%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를 놓고 사실상 신문·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방송법 개정안이 정하고 있는 범위(10%)를 벗어나 그 이상을 우회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지난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케이블이 지상파의 지분을 33%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데 주목해야 한다”며 “신문·대기업들이 간접지분을 확보, 지상파에 진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여당이 언론법을 개정하며 마련했다고 하는 장치들은 지금도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더 미디어 독과점을 부채질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5% 이내의 지분으로도 사실상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방송법 개정과 시행령 개정이 여권의 뜻대로 될 경우 방송구조는 사실상 경쟁을 최고의 가치에 두는 민영 중심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영 중심의 방송 구조로의 변화를 실체적으로 추동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판단이다. YTN과 MBC의 상황 때문이다.

우선 YTN의 경우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구본홍 사장이 지난 3일 갑작스레 사의를 밝히면서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이 보유한 YTN 지분(한전KDN 21.43%, 한국마사회 9.52%, 우리은행 7.6%)을 매각, 방송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신문로 하여금 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 종합편성채널(PP)로 탈바꿈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언론법 개정 당시 “MBC 민영화 계획은 없다”던 정부·여당의 말과 달리 3분의 2가 친여 인사들로 구성이 된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진들은 지난 8일 임명장을 받기 전부터 연말까지 도입해야 하는 민영 미디어렙과 여당이 준비 중인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 제정 등을 언급하며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최홍재 이사)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처럼 여권이 언론법 개정을 기정사실화 하며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체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언론계의 대응은 한 박자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 처리 직후 언론악법 원천무효 및 민생회복 투쟁위원회를 발족하고 100일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전면전 양상은 아니다. 더구나 2주 남짓 만에 정기국회 복귀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 처리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 국회의원직을 사퇴 의사를 밝힌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1년 4개월 동안 저항하다 결국 끌려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였으니 정부·여당이 다루기 쉬운 야당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며 “당초의 결의대로 의원직 총사퇴를 뚜렷하게 해내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계가 야당의 투쟁이나 국민의 반대 여론에 기대면서 헌재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언론법 개정 자체가 불가한 것임을 알리며 국민 속에서 투쟁하고 민주화에 역행하는 정권의 행보를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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