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다음은 201회가 아니라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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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회 다음은 201회가 아니라 1회”
제작진이 말하는 ‘W’의 의미와 고민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9.08.11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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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9일 ‘세계를 향한 새로운 창’을 모토로 첫 발을 내디딘 MBC 국제시사 프로그램 〈W〉(기획 이정식)가 오는 14일 방송 200회를 맞는다. 기아와 전쟁, 온난화로 신음하는 지구 곳곳을 누빈 걸음걸음이 200회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린 것이다.

〈W〉는 국내 언론이 외신과 짧은 스트레이트 뉴스에만 의존하던 상황에서 국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 시사 현안들을 발 빠르고 진실하게 담아냈고, 주요 강대국들의 뉴스에만 비중을 두지 않으며 전 세계의 약자들과 소외받는 자들의 신음에 귀 기울여 왔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W〉를 “세계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호평한다.

이 같은 노력은 많은 국내외 수상을 통해 인정을 받았다. 〈W〉는 시카고 국제TV페스티벌 ‘탐사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을 비롯해 앰네스티 언론상, 여성부 주최 남녀평등상 ‘최우수작품상’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수상 기록을 자랑한다.

▲ MBC 국제시사 프로그램 'W'가 오는 14일 방송 200회를 맞는다. 배우 원빈이 'W'와 함께 감비아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MBC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W〉가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W〉는 해외 촬영이라는 프로그램 특수성 때문에 비용대비 저효율이라는 오해를 받았고, 결국 지난 4월 봄 개편에서 편성시간이 금요일 자정 무렵으로 밀려났다.

바뀐 건 방송 시간만이 아니다. 최근 1년간 〈W〉를 둘러싼 MBC 안팎의 환경은 비우호적으로 변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한 불황이 〈W〉에까지 미친 탓이다. 이정식 〈W〉 책임PD는 “환율은 50% 이상 뛰었고, 제작비는 반대로 깎였다. 그러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사실 굉장히 노력해서 제작비를 절감하고 있다. 한번 가서 두 개의 아이템을 찍어오거나 PD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위기를 어렵게 넘기고 있다. PD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으로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청률과 경쟁력이 떨어져선 안 되는 모순된 상황이다. 〈W〉가 지난해부터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요체는 이것이다.”

이영백 PD는 “세계 13위 경제 대국의 두 번째로 큰 방송사에서 이렇게 위축돼서 일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면서도 “서정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가서 보면 뿌듯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개편철마다 들려오는 폐지설에 맥이 빠지고, 섭섭해지기도 한다. 유해진 PD는 “〈W〉가 우아하고 편하게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폐지 주장에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W〉는 어렵게 찍고 있고 그것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W〉는 결코 우아하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목숨을 걸고 전장이나 지진과 태풍 같은 현장에 뛰어든다. 이정식 책임PD는 “그렇게까지 힘들게 제작하는 이유는 우리 시대에 〈W〉 같은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제작진은 〈W〉가 공영방송에 걸맞은 공영성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이 13위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라면 세계 문제에 대해 우리만의 시각으로 보는 프로그램이 공영방송 MBC에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륜 PD도 “글로벌이니, 세계 경제 대국이니 말은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수출해서 먹고 사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우리 주변 이웃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모순이 아닐까”라고 거들었다.

▲ 'W'는 그동안 전쟁과 기아, 온난화로 신음하는 지구 곳곳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MBC
〈W〉를 둘러싼 환경은 분명히 어렵다. 하지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해서도 〈W〉는 꼭 챙겨본다는 고등학생, 매일 방송이 끝나면 “좋은 방송 감사하다”고 잊지 않고 인사를 건네는 시청자들과 “지상파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추켜세우는 적지 않은 이들 덕분에 제작진은 힘을 낸다.

이제 200회라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W〉. 제작진은 200회라는 수치에 자만하기 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이다. 이 책임PD는 “200회 다음은 201회가 아니라 1회”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유기체다. 〈W〉가 국제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해야 한다는 것을 제작진 모두가 알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폐지 걱정 없이 제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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