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77일, 그곳에 방송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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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정부는 무대응, 지상파 방송 3사는 무관심으로 일관

77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인 시간이다. 수도와 가스, 전기까지 끊긴 상황에서 이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다. 무려 ‘77일’ 동안 말이다.

그 사이 쌍용차 노동자 등 4명이 목숨을 잃었고, 테러진압용 테이저건(전기침 발사총)까지 동원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있었다. 극단으로 치닫던 사태는 다행히 지난 6일 노사 간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그러나 ‘쌍용차 사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은 물음표를 남겨놓고 있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11일까지 모두 64명이 구속됐고, 이는 12년 만의 최대 공안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쌍용차 사태’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극단으로 치달은 ‘쌍용차 사태’에 대해 정부가 ‘무대응’의 자세를 보였다면, 방송 3사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방송 3사는 ‘쌍용차 사태’가 전개되는 동안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 파업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했는지 크게 관심 두지 않았다.

▲ ‘쌍용차 사태’를 다룬 MBC 〈PD수첩〉 ⓒMBC

77일 동안 전개된 ‘쌍용차 사태’에 대해 다룬 방송 3사의 시사 프로그램은 지난 달 26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과 지난 4일 방송된 MBC <PD수첩>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PD수첩>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시너 등 위험 물질이 쌓여 있는 도장 공장을 점거하며 위험한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들었을 뿐이다. “매일 주먹밥만 먹다 보니 어머니가 해주는 제육볶음이 제일 먹고 싶다”는 평범한 노동자의 모습이 그 속에 있었고, “경영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정리해고 이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정부와 사측은 60일 동안 사태를 방치했다”며 정부와 회사를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울분이 담겼다. 그런데 과연 ‘쌍용차 사태’는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정도의 보도로 만족해야 할까.

방송 3사의 뉴스 보도 역시 ‘쌍용차 사태’에 대한 관심은 적었고, 표피적인 보도에 그쳤다. 쌍용차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5월 21일부터 점거 농성을 해제한 지난 6일까지 방송 3사 메인 뉴스를 분석한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지난 11일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방송3사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방송3사 모두 60%이상의 뉴스가 ‘중계’ 형태의 스트레이트 보도였다”며 “방송3사 뉴스에는 사건묘사와 현상만 있을 뿐, 원인분석+대안제시가 미흡했으며 정부관계자, 전문가 등의 정보원은 거의 없어 사태해결을 돕는 조언자의 참여를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지난 7일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방송 3사는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열흘 넘게 물과 음식을 끊는 비인간적인 경찰의 고사작전과 경찰의 테이저건 발사, 발암물질 최루액 및 테러진압장비를 사용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의 이 같은 소극적 보도는 쌍용차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게 만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 없이는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그리고 결론은 같은 사태의 똑같은 ‘반복’이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는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 이상이 지났지만, 사태 해결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통과 저지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벌였던 전국언론노조의 최상재 위원장은 총파업 연설 등을 통해 틈만 나면 “용산참사, 비정규직 문제, 쌍용자동차 문제 등에 대해 언론이 잘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과 족벌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언론 종사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보도 태도는 어떠한가.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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