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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미디어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진이 구성됐습니다.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31일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차기환 변호사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남찬순 전 관훈클럽 총무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고진 전 목포MBC 사장 ▲정상모 전 MBC 해설위원 ▲한상혁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이들은 8월 10일 이사회를 열어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김우룡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지요.

이사회 구성을 두고 MBC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는 상당수 이사들이 정권 코드에 맞춰 MBC를 좌파방송으로 매도하는 데 앞장서온 인물이며 사전에 내정해놓고 밀실에서 낙하산식으로 결정됐다는 점 등을 들어 임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주장해왔습니다.

김우룡 교수와 함께 보수 언론학자로 분류되는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는 7월 27일 보도자료를 내 "방통위 부위원장의 권유를 받고 후보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대신해 전달한다'면서 '이번에는 아무래도 모 대학교의 아무개 명예교수를 방문진 이사로 모실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지요.

"좋은 방송을 만드는 데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마음이 앞서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후보 신청 권유를 수락했는데, 선임을 위한 공식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미리 선임이 결정된 것 같은 통보를 받고는 '이건 아니다'고 생각해 신청을 사전에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방통위 부위원장이 공모 신청을 직접 권유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이고, 회의 전에 누구를 방문진 이사로 모시기로 했다는 것도 문제이며, 그 결정을 한나라당 위원이 방통위원장을 대신해 전달하는 것은 더욱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방통위와 여권 입장에서는 같은 편 인물에게 '한방' 먹은 셈입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오전 신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선임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여권 성향 이사들이 대부분 MBC 프로그램의 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민영화를 포함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것이 사실이지요. 이 가운데 김우룡, 최홍재, 문재완 이사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으로 활동하며 여당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직-간접적으로 도왔습니다.

그러나 사전 낙점이 아니라 사전 조정 정도는 옛 정권에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며 지난 방문진 이사진이 친정권 성향이 더욱 강했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어떤 이는 "좌파 정권에서 친정권적 이사들이 선임될 때는 가만히 있던 MBC 노조가 이번 정권에서는 기를 쓰고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걸 보면 MBC 노조의 성향이 좌파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고 비꼬더군요.

또 공영도 아니고 민영도 아닌 어정쩡한 MBC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며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파동이나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그램과 경영 전반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뿐 아니라 한국일보처럼 비교적 중립적으로 보이는 신문들도 MBC의 위상 재정립이나 구조조정을 포함한 개혁을 주문하고 있지요.

관행적으로 보거나 제도적으로 볼 때 방문진이 MBC의 편성이나 인사 등에 일일이 간여하긴 어렵습니다. 대주주로서의 권한인 임원 인사권과 법에서 보장한 경영에 대한 관리ㆍ감독권이 있을 뿐이지요. 따라서 초미의 관심사는 MBC의 민영화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냐와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엄기영 사장을 언제 누구로 교체할 것이냐입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지난해 7월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의 토론회에 참석해 MBC 지방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한 대금으로 방문진이 정수장학회 지분을 사들인 뒤 주식의 70%를 국민주(60%)와 우리사주(10%)에 배분한다는 3단계 민영화론을 제시했지요.

그러나 그는 이사장에 뽑힌 뒤 1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MBC가 100% 민영화될 일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며 종사자가 좋다면 이대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MBC의 민영화 방안을 뜯어보면 지방계열사와 정수장학회 문제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자르듯 독재적인 방식을 동원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최홍재 이사는 "4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MBC 민영화 논의는 피하기가 좀 어렵게 됐다. 왜냐하면 공영방송법이 곧 제정이 될 것 같고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독점체제에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공영이냐 민영이냐가 당장 올해 하반기에 걸려 있다"고 말했지요.

실제로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법안에 따르면 KBS와 EBS만 대상이 될 듯합니다. 또한 2000년 미디어렙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MBC는 공-민영 미디어렙 이원체제에 반대하고 SBS와 똑같이 민영미디어렙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원칙에 따른다면 민영으로 규정돼야 마땅하겠지요.

일부 신문들은 MBC에 대한 마뜩찮은 심경을 담아 "자칭 공영방송이라고 부르는 MBC"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모대학 교수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영방송이란 용어는 법률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고 이 표현을 신문들이 받아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것은 엄연히 선거법에 규정돼 있지요.

소유구조는 공영이지만 광고에 의존하는 방송사의 형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이 '정명(正名)'을 거듭 주문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선택이겠지요. 공영과 민영의 성격이 혼재됐다고 해서 소유구조의 민영화를 밀어붙일 일도 아니고, 종사자들이 국민의 이름을 내세워 무조건 반대만 할 일도 아닐 겁니다.

방문진 이사를 정당들이 추천한다구요?

엄기영 사장이 남은 임기 1년 반을 모두 채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보수신문 등에서 여러 차례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최홍재 이사도 인터뷰에서 "엄 사장이 자신의 말대로 어느 정파나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지만 특정한 세력의 눈치를 본다면 사장 자격이 없고 지금까지는 특정 정권, 노조의 눈치를 많이 봐왔다"고 말했습니다. 엄 사장이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느 정파와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고 밝힌 것을 꼬집었지요.

▲ 엄기영 MBC 사장 ⓒMBC

그러나 올해 안에 임시주총을 열어 엄 사장을 교체하는 것에는 여권이나 방문진이나 부담이 많을 겁니다. 방문진 이사들이 MBC의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권의 앞잡이가 돼 사장을 몰아냈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거든요. 내년 6월 초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도 있지요. 방송가와 정가에서는 "엄 사장이 강원도에서 지명도와 호감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정권의 희생양이 돼 밀려나면 도지사는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그래서 내년 2월 말 정기주총이 교체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때까지 엄 사장이 정권에 협조적인 자세로 돌변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지요. 그때도 적지 않은 난점이 있겠지만 현 정권은 2011년 2월 말까지 MBC를 이대로 두고서는 미디어구도 재편이나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 짚고 넘어갈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신문들은 방문진 이사들을 정당 성향으로 분류했는데 경향신문, 한겨레, 동아일보 등은 아예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추천으로 못박았더군요. 이들 신문은 문재완 이사를 자유선진당 추천으로 적었는데, 동아일보는 중간제목에 '여당 몫 5명-야당 몫 4명'이라고 달았더군요. 여야 성향 6대 3 구도라는 대체적인 해석과 달리 동아는 예전보다 여야의 균형을 이룬 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네요.

선임권을 가진 방통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해준 정당과 협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제가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를 자기네 당에서 두 명쯤 추천해야 한다고 말하며 제게 전화를 걸어 몇 가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법에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고만 돼 있고 실제로도 이들이 정당으로부터 직접 추천받은 것도 아니지요. 방통위원 가운데는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도 없습니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MBC 노사 추천 이사 몫도 법에 없다고 부정하는 방통위가 정당 추천 몫을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1988년 방문진법 제정 당시에는 국회의장 추천 4명과 방송위 추천 6명으로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이 규정은 1990년 개정 때도 유지됐다가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 방송위로 임명권이 모두 넘어갔지요. KBS 이사 선임 조항에는 한국방송공사법 때부터 국회 추천권을 두지 않았습니다. 방문진이나 KBS 이사회에는 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보다 전문성과 대표성이 더 중요한 만큼 방송위(현 방통위)가 책임을 갖고 선임하라고 취지라고 풀이됩니다.

그런데 방송위(방통위)가 여야 추천으로 구성되다보니 자연히 방문진과 KBS 이사회에도 여야 구성 비율이 반영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방송을 둘러싼 정파적 대결이 심해질수록 전문성과 대표성보다는 기여도와 충성도가 중시되는 분위기였지요. 방문진이나 KBS 이사들도 스스로 "나는 어느 정당 추천 이사"라고 공공연히 말당연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법에도 없는 정당 추천권을 공인해주게 되면 방통위의 권능보다는 정당의 목소리가 더 커지게 되고 이사들도 MBC나 KBS를 위해서 일하기보다 추천 정당의 눈치를 더 보게 돼 정쟁에 휩쓸리게 될 것은 뻔한 이치지요. 중립적 인사를 추천해야 조정과 절충이 가능할 텐데 정당 추천 몫이 반영되면 늘 6대 3 표결로 끝나게 됩니다.

신문의 보도 경위가 궁금해 문재완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유선진당의 추천을 받은 것이 맞는지 물어봤습니다. 문 교수도 그 점이 의아해 방통위에 묻고 싶었다는군요. 자신이 자유선진당 추천으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으로 위촉되긴 했지만 방문진 이사 공모 때는 모 학회 회장의 추천을 받았고 자유선진당과 상관이 없는데 방통위가 왜 그렇게 발표했느냐는 것이지요. 신문기자 생활을 하기도 한 그는 방통위 관계자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여러 신문들이 그렇게 똑같이 쓸 리가 없지 않느냐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방통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정당 추천이 아닌 것이 맞고 보도자료에도 그런 말이 없었다. 브리핑에서 어떤 기자가 정당별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지만 이기주 방통위 기획조정실장이 '정당별 구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전문성과 대표성을 따져 선임했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이 이사들의 경력과 성향 등을 고려해 알아서 쓴 모양이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정당 추천을 못박아 쓴 언론도 문제지만 이를 보고도 시정을 요청하지 않는 방통위도 문제입니다. 만일 문재완 교수가 중도에 사퇴하면 자유선진당이 보궐 이사 추천권을 갖게 되는 걸까요. 이 점을 지적했더니 방통위 관계자는 "문 교수가 왜 사퇴하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상 정당별로 안배되는 관행을 인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KBS 이사 추천자를 발표할 때라도 기자들에게 이 점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YTN 구 사장이 경질됐다면 인사권자는 누구?

YTN 노사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듯합니다. 여권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진통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해고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갈등의 불길이 더 번지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낙하산 논란 끝에 취임한 구본홍 사장은 8월 3일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실국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재임 1년간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돼 이젠 물러날 때가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지요. 이튿날 YTN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구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배석규 전무를 대표이사 겸 사장직무대행으로 선임했습니다.

방송가에서는 구 사장이 그동안 그만두고 싶어도 노조에 밀려나는 모양새가 되면 안된다는 여권의 만류와 재계의 요청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적어도 취임 1년을 넘기고 미디어 관련법이 통과되고 나서야 물러날 타이밍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구 사장이 사의를 밝힌 것은 자의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사표를 내기 직전 주말까지도 8월 18일로 예정된 경영결산보고를 준비해왔으며 간부들에게도 업무에 의욕을 보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권 핵심부에서 구 사장이 노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YTN의 보도 논조도 마음에 들지 않아 교체했다는 겁니다.

중앙일보는 아예 1면에 '구본홍 YTN 사장 사실상 경질'이라는 제목 아래 "YTN 사태를 계속 방치한 데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더군요. 대부분의 언론은 문책과 경질의 주체가 여권 핵심부임을 시사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YTN은 엄연한 민간회사이고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장을 뽑았는데 왜 낙하산이라며 정부에 항의하느냐"고 주장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민간회사인지 정부 산하기관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어쨌든 언론의 분석이 맞기는 맞는 모양입니다. 배석규 전무가 보도국장을 경질하고 '돌발영상' 담당기자를 대기발령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니까요. 더욱이 배 전무는 2003년 이후 노사합의로 실시해오던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통상 단체협약은 효력이 2년이며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YTN 사측은 "임금 등 근로조건 문제는 그렇지만 보주장하더군요. 2005년 9월 이후로도 계속 보도국장 추천제를 실시해온 것은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 아니라 회사가 노사화합 차원에서 해온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나의 사퇴를 계기로 YTN이 겪었던 갈등이 근본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대한다"는 구본홍 사장의 바람과는 달리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YTN 노조는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이고 불법 인사라고 주장하며 형사고발과 파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 전무에 대한 불신임 투표도 진행하고 있으며 구 사장 때처럼 배 전무의 후속 인사를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요.

배 전무는 8월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 TF' 구성을 선언하며 "종합편성 채널 진출 여부와 회사의 공적 지분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노조는 '선무당이 YTN 잡는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아무리 지분을 쪼개도 수백억 원의 현금이 필요한 사업인데 경영 사정이 어렵다면서, 상암동 가야 한다면서 종편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비난했지요.

구 사장 사퇴 이후 후임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직무대행에 어울리지 않게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거창한 사업 검토 등을 지시한 것을 두고 방송가에서는 배 전무가 정권 핵심으로부터 기회를 주겠다는 사인을 받은 것 아니냐고 보고 있습니다. 노사관계와 보도 논조 등을 조기에 정상화하면 정식 사장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지요.

노조로서는 고민이 더욱 커졌습니다. 구 사장 때는 낙하산 인사라는 명분으로 반대했는데, 내부 인사가 칼을 휘두르니 밀어내기가 더욱 어렵게 됐지요. 더욱이 배 전무를 밀어내면 또다른 강경파 낙하산이 올지 모른다는 것도 노조의 행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배 전무와 김백 신임 보도국장은 노사문제에 대해 구 사장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배 전무에 대한 반감이 크지만 KBS 출신을 중심으로 한 간부들은 배 전무를 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합원 일부도 그를 많이 따른다고 하는데 불신임 투표에서 윤곽이 드러나겠지요.

보도 채널 추가 승인과 종편 채널 도입 등으로 YTN의 경쟁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미디어법 개정으로 YTN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호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YTN에서는 노사가 똘똘 뭉쳐도 지금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마당에 걱정이 태산같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 점 때문에 노사가 물밑 대화를 벌여 전격 타협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 박명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PD저널
'여야 합의'로 박명진 방통심의위원장 중도하차

지난 2월 사퇴 번복 소동을 빚었던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결국 물러났습니다. 방통위는 8월 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위원회 출범 후 1년여 동안 거의 과반에 달하는 위원들이 교체됨에 따라 위원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위원장이) 7월 31일자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지요.

그러나 5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위원장 재호선안과 불신임안이 상정돼 의결된 것을 감안하면 이날 회의 이후 사의를 밝힌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박 위원장은 "왜 나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느냐, 부위원장과 상임위원도 함께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식의 불만도 표현했다는 것으로 전해졌지요.

일각에서는 권력 핵심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더군요. 야당 추천인 엄주웅 상임위원이 재호선안을 발의하자 같은 야권 추천 위원 2명은 물론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여권 추천 위원 4명도 모두 찬성했고, 불신임안에도 여권 추천 위원 2명이 가세했던 것을 보면 여권에서도 박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지요.

여권 추천 위원들이 독자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보궐 위원으로 선임된 지 한두 달밖에 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해석입니다. 2월 사퇴설이 흘러나왔을 당시 청와대가 곧바로 후임 인사를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이번에 신임 위원장으로 뽑힌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그때도 물망에 올랐던 것도 박 위원장을 교체하고 싶은 여권의 의중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이로써 손태규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여권 추천 방통심의위원 5명이 모두 갈렸습니다. 이 가운데는 자의로 그만둔 사람도 있겠지만 물러날 것을 종용받은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여권 위원 간에도 불협화음을 보여 위상을 추락시켰고 방송 프로그램 심의제재를 제때 적절한 수위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여권의 불만을 산 것으로 풀이되지요.

그러면 야권 위원들은 여권에서 불만을 품은 위원장을 왜 불신임한 것일까요. 엄주웅 상임위원은 "위원 간의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조직을 파행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하더군요. 야권 위원인 자신은 물론 같은 여권 위원인 손 부위원장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고 인사 결정을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방통심의위는 방송위 심의부문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합쳐진 조직이어서 임금체계도 다르고 노조도 별도로 구성돼 있는데, 박 위원장이 이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한쪽만 편들고 독단적으로 인사를 내는 바람에 내홍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네요.

박 위원장도 할 말이 적지 않을 겁니다. 여성 언론학자의 제1세대로서 신망과 실력을 인정받아왔는데 상처투성이가 돼 불명예 퇴진하게 된 셈이거든요.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정파적으로 구성되는 조직에서는 상처받을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박 위원장이 그걸 모르고 들어왔다가 욕만 먹고 떠나게 되니 안됐다"고 말했지요.

신문에 가상ㆍ간접광고 허용 비판이 사라진 까닭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받았습니다. 방송법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돼 사활의 운명이 아직 가려지지 않았지만 방통위 입장에서는 일단 시행령 개정 등 준비작업은 해놓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야권 추천 위원 두 명은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방송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퇴장했다네요.

사무처가 마련한 개정안을 보면 지상파방송과 보도 및 종합편성 채널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문사는 방통위가 고시하는 기관(발행부수에 관해서는 ABC)에서 인증하는 각종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신문 구독률 산정 기준은 인구주택총조사의 전체 가구 수 대비 주식 취득일 기준 직전 사업연도의 연평균 유료 구독 가구 수로 규정했습니다.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SO)간의 상호 진입이 허용되는 범위는 지상파의 위성방송 주식 보유한도와 마찬가지로 33%로 정했고, SO와 중계유선방송(RO), 승인 대상 PP(보도, 종편, 홈쇼핑)의 허가 및 승인 유효기간 허용범위가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남에 따라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지요.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시행기준도 마련해 노출 시간은 프로그램 시간의 5% 이내, 노출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까지로 정했습니다. 특수관계자 중 친척의 범위는 '8촌 이내의 혈족 또는 4촌 이내의 인척'에서 공정거래법과 마찬가지로 혈족과 인척 모두 6촌 이내로 바뀝니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는 학계, 법조계, 업계 전문가 7~9인으로 구성하되 방통위원장이 위원장을 지명하도록 했지요.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방송법에서 미디어다양성위를 방통위 산하에 두도록 한 것도 문제인데 시행령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이 지명하도록 한 것은 독립성을 크게 해치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수관계자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신문사나 대기업이 특수관계자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내세워 SO를 인수한 뒤 이를 통해 다시 지상파 지분 33%를 획득하면 10%로 제한된 지상파방송을 사실상 거머쥘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1997년 루퍼트 머독이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자회사의 자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아사히TV 지분의 21%를 사들였다가 아사히TV가 반발하자 매각했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이기는 하나 특수관계자 규정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특수관계자 범위를 벗어나는 사람을 이용한다면 굳이 우회하지 않더라도 지상파 지분을 사들이는 데는 문제가 없지요. YTN 민영화 논란을 전후해서도 보도 채널 진입이 금지된 중앙이나 조선이 YTN 지분을 매집했다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다른 사례를 들어볼까요. CBS가 자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통해 무료 일간신문을 발간하려 할 때 방송위가 "CBS가 일간신문을 경영하고 있는 법인의 특수관계자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방송법 위반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CBS는 "CBS 또는 CBS의 자회사가 무료 일간신문의 특수관계자가 아닐 경우는 신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요.

이 논리에 따르자면 방송법 개정 이전에라도 조선일보든 한겨레신문이든 삼성전자든 특수관계자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지상파와 보도 및 종편 채널에 진출하다는 말이 됩니다.

대리자를 내세워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관계자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 규정에 허점이 있다면 더 강화해야 마땅하고, 지상파와 SO의 교차소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 때문에 지상파에 우회 진입의 길이 열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보수나 진보 성향의 신문 할 것 없이 일제히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허용 방침을 문제 삼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지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른 현안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신문에도 방송 진출의 길이 열리니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지요.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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