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방해? 인과관계 없다…여론몰이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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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 수입·유통업체 김민선씨·PD수첩에 억대 소송 논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인 에이미트가 배우 김민선 씨와 MBC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에이미트는 지난 10일 “김민선 씨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무책임한 선동을 했고, <PD수첩> 제작진은 허위·왜곡 방송을 함으로써 회사 영업을 방해했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유명인은 표현의 자유조차 박탈당해야 하나”

▲ 배우 김민선 ⓒMBC
그러나 김민선 씨가 개인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이명박 정부 들어 부각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진보신당은 지난 12일 브리핑을 통해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다르게 취급받아야 한다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조차 박탈하겠다는 말”이라며 “이 글을 그토록 문제 삼고 싶다면 김민선 씨 개인이 아니라 그 글을 기사화한 언론을 고소하는 것이 차라리 정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어 “공익적 방송의 보도와, 자신과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한 한 시민으로서의 연예인의 발언 때문에 미 쇠고기 판매가 부진한 것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한 것”이라며 “미 쇠고기 수입업체가 엉뚱한 데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정권 들어서서 사회 전반에 표현,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제 소비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서까지 막무가내 소송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도 지난 11일 성명을 내어 “이번 소송은 권력자인 기업이 소송의 위협을 통해 개인의 표현을 위축시키려는 수작”이라며 “그 효과는 미국산 쇠고기를 비판한 다른 사람들, 나아가 상품에 불만을 표출하려하는 모든 소비자들을 일정하게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고 우려했다.

김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인 지난해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에이미트의 주장처럼 김 씨의 발언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인과관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씨의 발언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덜 먹게 됐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15.8%에 불과했다. 또 53%의 응답자가 ‘소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고, ‘김 씨의 발언을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도 31.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7%p였다.

“소송으로 ‘여론몰이’ 하려는 것 아닌가”

<PD수첩> 제작진 역시 에이미트 소송 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 중 한 명인 이춘근 PD는 “미국산 쇠고기 자체가 안전하지 못해 소비자가 사먹지 않는 것인데 그러한 문제를 보도했던 <PD수첩>과 개인 미니홈피에 의견을 표현한 사람을 고소하는 것이 어떤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PD는 “에이미트가 손해를 봤다면 그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아서이고, 안전하지 않음에도 억지로 수입하려는 정부 때문”이라며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렸다고 해서 <PD수첩>이 영업을 방해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또 에이미트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PD수첩>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된 날이라는 점을 들어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소송 건은) <PD수첩>이 잘못했다고 몰아가려는 큰 그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와서, 하필 그 시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여론몰이’로 가려는 부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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