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선진화’로 포장된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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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선진화’로 포장된 ‘민영화’
MB정부 ‘집권 2기 프로그램’ 언론장악으로 가동?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8.1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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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므로 종합적인 후속 대책을 마련해 미디어환경 선진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국제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발한 만큼 빨리 따라잡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미디어 선진화’ 발언은 지난달 22일 여당의 날치기로 언론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대리투표 의혹과 재투표 논란으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효력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 법안 처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단 이 대통령의 말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 통과 직후인 지난달 26일 최시중 위원장이 이례적인 주말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대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헌재의 결론을 기다리자며 논의를 계속할 경우 퇴장할 수밖에 없다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의 반발은 “편히 가시라”는 위원장의 한 마디로 정리됐다. 그리고 방통위는 지난 12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현 정부의 일련의 행보가 결국 정권에서 그리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함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 직후인 지난달 24일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이 망설이지 않고 언론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현재까지도 조·중·동에 방송을 주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함”이라고 단언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도 “보수가 기반인 현 정권은 두 번의 대선 패배를 지상파 방송의 편파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기득권 상실의 경험을 공유했던 조·중·동과 이해를 일치시키며 ‘선진화’라는 이름을 앞세워 신문의 참여를 사실상 전제하는 ‘민영화’를 토대로 하는 방송장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 역시 같은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원 교수가 지난 6월 18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2차 대전 종전 직후 일본의 우익들은 공영방송 NHK의 진보적 색채를 우려, 이에 대항할 민영방송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GHQ(미군정)에 민영방송 허가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이를 위해 광고회사까지 동원하며 전국의 신문경영자들의 방송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익들의 이 같은 노력 끝에 1951년 일본의 신·방 겸영 역사는 시작됐고, 1955년부터 최근까지 자민당 독주체제가 이어져 왔다.

일련의 우려 속 방송·언론인들은 공영방송 민영화 논란을 촉발시킬 민영 미디어렙과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 제정 논의가 예고된 하반기 국회를 여권의 방송·언론 장악을 토대로 하는 집권 2기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 시기로 보고 있다. KBS의 사실상 국영방송화와 민영화에 대한 MBC의 선택을 집중적으로 강요할 시기라는 것이다.

지역MBC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김우룡 방문진 이사 등이 벌써부터 민영화와 함께 지역 MBC를 분리하는 등의 얘기를 꺼내며 사실상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한 MBC의 비판을 분리·약화시켜 MBC를 시장에 내놓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에서 시작된 민영화는 결국 서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언론법 개정 기정사실화와 ‘1공영 다(多)민영’ 체제의 방송구조 현실화의 끝이 무엇으로 귀결될지, 언론·방송인들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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