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된 프로그램의 영리한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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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된 프로그램의 영리한 재활용
[프로그램 리뷰] MBC '놀러와'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8.18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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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상파 방송사의 심야 토크프로그램은 자사 드라마나 개봉영화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을 홍보하고 촬영 중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른바 ‘기획 섭외’가 대세다.

선두 주자는 단연 MBC의 <놀러와>. 예능 프로그램의 각축장인 월요일 심야시간대에 줄곧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놀러와>는 매주 특집형식으로 꾸며진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기획은 ‘별밤’, ‘러브레터’, ‘토크박스’ 등 다른 프로그램을 내세운 특집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각 프로그램은 그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들을 TV 앞에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 지난 10일 방송된 <놀러와> '별밤 40주년 스페셜' 방송 ⓒMBC화면캡처
추억이나 전설이 돼버린 프로그램들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제작진의 선택은 영리했다. ‘다른 프로그램’ 특집은 시청률에서도 톡톡한 재미를 봤다. 지난 10일 방송된 ‘별이 빛나는 밤에 40주년’ 스페셜은 전국 13.9%(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해 전주 SBS <찬란한 유산 - 스페셜>에 뒤처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날 방송에는 역대 DJ인 이문세, 박경림과 DJ들이 뽑은 최고의 게스트 김건모, 박미경, 더불어 ‘별밤 뽐내기’ 출신의 가수 이수영이 출연해 향수를 자극했다. <놀러와>는 라디오 공개방송 같은 느낌(게스트들의 작은 콘서트)과 라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문세가 마지막 방송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동시에 연출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추억을 되살리는 데는 타방송사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 4월 방송된 ‘러브레터 특집’은 조금 ‘파격적’이었다. 정치적 외압 논란 속에 폐지된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다룬다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MC 윤도현과 인기코너를 진행한 김제동, 단골 게스트였던 타이거 JK와 윤미래는 ‘러브레터’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당시의 추억을 선사하고 숨겨진 에피소드를 공개하면서 충분한 재미를 전달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토크박스’ 특집 역시 당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연출자인 신정수 PD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우린 MBC 프로그램 외에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쪽 방송사엔 조금 미안한 게 있다. 하지만 그곳에도 자기들의 토크쇼 브랜드가 있는데 담아내지 않은 것 아닌가. 그걸 우리가 열심히 해서 시도한 거니까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그 ‘타방송사’는 ‘토크박스’를 기억하고 ‘러브레터’를 추억하는 팬들을 잊고 있었던 것 뿐이다.

간혹 ‘혈액형 특집’(동일한 혈액형을 가진 스타들이 출연해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만 고착시킨) 등의 기획은 실망스러웠지만, <놀러와>의 기획은 대부분 참신하다. 최근 방송된 내용만 봐도 ‘놀러와, 짝꿍을 소개합니다’, ‘걸스 어워드’, ‘기러기 아빠 특집’, ‘커플 스페셜’ 등은 제목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예전 같은 영화홍보성 섭외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접근 방식은 조금 다르다. 젊은 남자 배우가 대거 출연한 영화 <국가대표>의 경우에는 ‘플레이보이즈’ 특집으로 포장했고, 예능 출연이 뜸했던 신민아, 박희순 등이 출연한 영화 <10억>의 배우들은 ‘예능이 낯선 스타들’로 얼굴을 비쳤다. 스스로 5년 이상 굳건히 ‘장수 토크쇼’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놀러와>의 새로운 시도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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